한진칼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들인 투자자들이 2주 만에 20%대 평가차익을 거뒀다. 새 주식을 정해둔 값에 매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증권이 비싼 값에 팔린 덕분이다.

BW는 신주인수권(워런트)이 붙은 채권이다. 분리형 상품의 경우 신주인수권증권과 채권을 동시에 배정받은 뒤 장내에서 따로 팔 수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칼 신주를 주당 8만2500원에 매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증권은 상장 첫날인 이날 주당 2만30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한진칼 주식(본주)이 9만9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하자 행사가액과의 차이(1만6500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몰렸다. 신주인수권증권은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2만1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주인수권증권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BW를 배정받은 투자자들은 이날 22.3%의 평가차익을 올렸다. 100만원어치 BW를 배정받은 투자자의 경우 신주인수권증권 12주(100만원÷행사가액 8만2500원)의 가치는 이날 종가로 총 26만3400원, 보유 채권(액면금액 1만원권 100장)은 96만원이다. 둘을 더한 평가액은 122만3400원이다.

BW 만기는 3년으로, 만기까지 보유할 경우 액면금액 기준 연 3.75%의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신주인수권은 발행일로부터 1개월 뒤(8월 3일)부터 만기 1개월 전(2023년 6월 3일)에 행사할 수 있다. 행사가액은 시가를 반영해 발행 당시의 70%까지 조정될 수 있다.

한진칼 경영진과 지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강성부펀드)는 앞서 이번 BW 일반공모 발행이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KCGI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신주인수권의 시장 평가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감안할 때 발행 조건이 신규 투자자에게 현저하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총 3000억원어치를 발행한 이번 BW 청약에는 약 7조원이 몰려 24.4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진칼은 1600원(1.62%) 하락한 9만7400원에 마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