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폭락장을 거쳤지만 연초 대비 15% 올랐다. 국내 공모펀드 시장에서도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돈이 몰린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들 미국 주식 투자펀드보다 좋은 수익률을 올리는 펀드가 있다. 중소형주 펀드가 대표적이다. 코스닥시장 기업을 발굴해 나스닥의 글로벌 성장주에 투자하는 펀드보다 두 배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중소형주 펀드 평균 수익률 30%

진격의 중소형주펀드…해외주식형 수익률 압도
1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중소형주 펀드 65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29.88%에 달했다. 그중 마이다스미소중소형주펀드와 신한BNPP뉴그로스중소형주펀드는 월등한 수익률로 1,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각각 3개월 기준 54.05%, 45.6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마이다스펀드의 1년, 3년 수익률은 각각 41.48%, 50.62%였고 신한BNPP의 경우 1년 수익률이 22.26%였다.

국내에서 순자산 1조원을 돌파한 해외 주식형 펀드와 비교하면 수익률 격차는 더 커진다. 이 분야 ‘간판 펀드’인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펀드와 AB미국그로스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23.34%, 21.24%에 그쳤다. 이들 펀드는 주로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글로벌 대표 성장주에 투자한다.

국내 중소형주 펀드가 수익률에서 글로벌 성장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앞설 수 있었던 비결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성장할 중소형주를 적극적으로 발굴했기 때문이란 평가다.

성장성 돋보이는 코스닥 종목 발굴

마이다스미소중소형주펀드는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카카오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 비대면 관련주에 집중했고, 코스닥시장에서는 에이디테크놀로지 리노공업 네패스 등 정보기술(IT) 종목과 엘앤씨바이오 셀트리온헬스케어 동국제약 알테오젠 등 바이오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양분했다. 이하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3본부장은 “바이오는 특정 종목을 고르는 것이 쉽지 않아 임상 스케줄과 글로벌 트렌드를 분석해 유망해 보이는 바이오 기업을 바스켓 형태로 5~6개씩 가져가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디테크놀로지 리노공업 알테오젠은 각각 연초 대비 40%, 97%, 312% 급등했다.

정성한 알파운용센터장이 운용하는 신한BNPP뉴그로스중소형주펀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를 일찌감치 꿰뚫어 본 경우다. 펀드를 설정한 2018년부터 이미 전기차·자율주행, 신재생에너지,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로 섹터를 나누고 전략적으로 투자했다.

풍력타워 제조업체인 씨에스윈드, 5G 기지국용 장비 제조업체 서진시스템, 슈퍼엔지니어링플라스틱·멤브레인 필터 기술을 가진 상아프론테크 등의 기업은 3년 전부터 담고 있었던 종목이다. 이 세 종목은 펀드에서 효자 노릇을 했다. 올해 주가 상승률이 각각 71%, 30%, 91%에 달했다. 특히 상아프론테크는 전기차, 수소차, 그린뉴딜 분야에 모두 걸쳐 있어 관련 분야 대장주로 떠올랐다. 5G 중계기 관련주인 다산네트웍스도 연초 대비 20%가량 올랐다. 바이오 관련주보다 미래 성장성이 돋보이는 IT 관련주에 집중해 높은 수익률을 달성한 경우다. 3년 전 코로나19를 예측하지 못했지만, 코로나19가 미래를 앞당겨 준 덕에 수익률이 좋아졌다.

수익률 관건은 공매도 금지 해제 여부

펀드를 운용한 매니저들은 하반기에도 중소형주 펀드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닥시장 전망을 여전히 좋게 보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수혜주인 IT·헬스케어 섹터가 코스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이 본부장은 “대형주는 외국인 패시브 자금이 빠져나가 불리한 환경에 처했지만 중소형주는 기존에도 외국인 패시브 자금으로 혜택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았다”며 “3월 폭락장에서 유입된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에서 중소형주로 옮긴 것이 중소형주 펀드 강세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IT 버블 땐 실체가 없는 중소형주가 많았다면, 지금의 IT 관련 중소형주는 실적이 받쳐주는 회사들”이라며 “하반기에도 중소형 우량주의 흔들림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