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2세 경영’을 본격화한 DB그룹주들이 상승세다. 2분기 호실적을 바탕으로 오너 리스크에서 벗어났다는 기대까지 더해져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세 경영' 닻 올린 DB그룹株 주가 순풍
15일 DB하이텍은 3.58%(1100원) 오른 3만1850원에 장을 마쳤다.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 김남호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아 회장에 오른 지난 1일 이후 DB하이텍 주가는 10.40% 상승했다. 김 전 회장이 24세에 창업한 DB그룹은 철강, 반도체, 금융을 바탕으로 한때 국내 10대 그룹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실적 악화와 부채 영향으로 그룹 규모는 크게 쪼그라들었다.

김 회장은 취임 직후 그룹 내 얼마 남지 않은 제조업체인 DB하이텍의 최창식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룹 전체에서 금융 계열사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90%에 달하는 상황에서 DB하이텍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DB하이텍은 국내 대표 파운드리 업체로 꼽힌다. 전력반도체와 센서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작년 연간 매출 8074억원을 기록한 DB하이텍을 두고 시장에선 올해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 1분기 영업이익 역시 647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다.

증권가에선 2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69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아직도 저평가된 종목”이라며 “파운드리 업종 내에서의 DB하이텍 위상이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DB그룹을 이끌고 있는 DB손해보험도 상승세다. DB손해보험 주가는 이달 들어 4만2850원에서 4만7950원으로 11.90% 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보험 청구 건수가 줄어들면서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감소해 2분기 실적 전망도 밝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DB손해보험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1426억원으로 추정된다”며 목표주가를 6만원으로 제시했다. 이 밖에 DB금융투자 역시 이달 들어 4.75% 오르며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