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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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들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구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역대 최고가를 경신 중인 '안전자산' 금보다 '산업금속'인 구리가 최근 한 달 간 수익률로는 세 배 가량 앞서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구리 선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도 덩달아 오름세다.

15일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9월물 구리 선물가격은 파운드당 2.95달러로, 이달 들어 7.7% 올랐다. 금 선물가격이 최근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온스당 1800달러를 돌파해 역대 최고가로 조명을 받았지만 수익률은 구리가 앞선다. 금값은 이달 들어 0.72% 상승했다. 최근 한 달 수익률을 보면 격차는 더 크다. 구리가 13.5% 뛰는 동안 금은 5% 올랐다. 구리 가격은 코로나19 이전 가격을 회복한 것을 넘어 연중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구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관련 파생상품도 오름세다. 국내에선 '신한 구리선물 ETN'이 이달 들어 8.5% 올랐고, 레버리지 상품인 '삼성 레버리지 구리선물 ETN'은 17.8%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KODEX 구리선물 ETF'도 같은 기간 8.6% 뛰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최근 일주일 간 구리에 투자하는 ETF는 8% 대 수익률을 기록하며 신흥국 주식(4.4%), 선진국 주식(1.7%), 금(1.3%) 등 주요 자산군 수익률을 앞질렀다.

구리는 건설, 전기, 전자 등 산업 전반에 쓰이기 때문에 글로벌 수요 동향에 민감하다. 이 때문에 구리 가격이 오르면 시장은 경기 회복의 신호로 해석한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자산매입 속도는 둔화되기 시작한 반면 경제지표상 실물경기 회복세가 지속적으로 확인되면서 시장의 성격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서도 경기에 민감한 자산의 상대적인 강세가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7월 신흥국 증시는 8%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1%대에 그치고 있는 선진국 증시 수익률을 압도하고 있다. 또 업종별로는 경기소비재의 급등세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같은 구리 가격 상승세가 하반기 내내 이어지긴 힘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코로나19의 확진자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는 데다, 중국을 제외하면 구리 수요를 뒷받침할 여력이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