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을 둘러싼 미·중 갈등 격화에도 중국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는 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을 극복할 것이란 기대 외에도 20~30대 개인투자자들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증시 벤치마크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달 들어 9일까지 15.61% 뛰었다. 상하이지수는 지난 3월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해 기술적으로는 강세장(불마켓)에 진입했다.

중국 증권업계에선 1억6000만 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상하이와 선전증시 거래량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에 이른다. 중국에선 개인투자자를 ‘부추’라고 부른다. 부추는 윗부분을 잘라내도 금세 또 자란다. 개인투자자들이 전문성과 풍부한 자금을 갖춘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늘 이용만 당한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이달 들어 중국의 대표적 대형 증권사인 중신증권의 하루 평균 신규 계좌 개설 건수는 전달보다 30% 급증했다. 중국에서 5월 신규 개설된 증권 계좌는 121만4000개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34% 늘었다. 5월 말 기준 주식 계좌는 총 1억6600만 개에 달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로 돌아오고 있는 것은 중국 경기 회복 기대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주요 경제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되면서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시장에선 2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증시를 띄우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달 들어 관영 매체들이 앞다퉈 중국 증시에서 새로운 ‘불마켓’이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상승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을 극복하고 민심을 다독이려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증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5년처럼 상하이증시 거품 붕괴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6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상하이지수는 140% 상승하며 5000선을 넘겼지만 이후 석 달 만에 반 토막 났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