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서 빠진 자금 이동
레버리지·인버스도 거래 급증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대금이 급증하며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어섰다. 공모펀드 시장을 떠난 투자자가 몰리고, 레버리지와 인버스ETF 거래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동학개미 몰려든 ETF…거래대금 500조 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ETF 거래액은 520조960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에 이미 작년 누적 거래대금(328조원)을 넘어섰고, 이후에도 거래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100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작년 말 1조3370억원에서 올 6월 말 4조2622억원으로 세 배가량으로 급증했다. ETF 시장 규모를 나타내는 순자산가치 총액도 2017년 35조6109억원에서 2018년 41조66억원, 2019년 51조7123억원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주식형 펀드가 투자자를 만족시킬 만한 수익률을 기록하지 못하자 ETF로 몰리고 있다는 평가다. 올 들어 주식형(액티브) 펀드에서는 약 2조원이 빠져나갔다. 최근 액티브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20조원 밑으로 내려왔다. 같은 기간 ETF 설정액은 4조원 정도 증가해 주식형 펀드의 두 배를 웃돌았다. 수년간 주식형 펀드가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데다 코로나19 반등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식형 펀드와 비교해 ETF는 일반 종목처럼 쉽게 거래할 수 있고, 거래가 종료되면 현금을 빠른 시간 안에 다른 종목에 투자할 수 있다. 일반 펀드처럼 매니저에게 주는 수수료가 없으며 업종이나 지수(시장 전체)에 투자하기 때문에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올해 거래액 증가는 주가의 두 배로 움직이는 레버리지ETF, 주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ETF가 이끌었다. 증시 변동성에 베팅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불개미’들이 달려들며 하루평균 수조원어치를 거래했다.

수익률로 보면 국내 증시의 주도주로 자리잡은 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BBIG) 관련 테마는 올 들어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며 ETF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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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보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는 시대가 왔다.”

최근 만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일반 종목처럼 손쉽게 사고팔 수 있고, 수수료는 싸고, 시장 전체를 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주식형 펀드를 떠난 투자자들이 ETF로 몰리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ETF 거래금액은 이달 초 500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폭락장에서는 증시 변동성에 베팅한 개인들이 레버리지·인버스 등 파생형 상품으로 몰렸고 이후 반등장에서는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도주를 담은 ETF로 몰렸다.

미·중 무역분쟁, 미국 대선, 코로나19 2차 유행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 올해는 작년보다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ETF 시장 쏠림 심화
국내 ETF 시장 규모를 나타내는 순자산 총액은 2017년 35조6109억원에서 작년 말 51조7123억원으로 늘었다. 올 6월 말 순자산 총액(설정액+주가상승분)은 전년 동기 대비 9.24% 증가한 45조3571억원이다. 연말에 배당을 노린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며 순자산이 늘어나는 흐름을 고려하면 올해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이 자금은 두 군데에서 유입됐다. 첫째는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온 자금이다. 올 들어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에서는 1조8039억원(8.25% 감소)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ETF 설정액은 9.85% 증가한 45조556억원에 달했다.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연초 이후 -0.34%로 부진하자 ETF로 옮겨온 것이다. 또 다른 자금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ETF, 지수 움직임의 두 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레버리지ETF 투자자로부터 나온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BBIG, ETF 시장에서도 두각
새로운 주도주 BBIG는 ETF 시장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국내 상장된 445개 ETF 중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 10개는 BBIG와 관련된 것이었다. ‘미래에셋 TIGER 소프트웨어’와 ‘삼성 KODEX 미디어&엔터테인먼트’는 각각 연초 이후 59.16%, 57.89%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1, 2위에 올랐다. 이 펀드에서 카카오, 네이버, 엔씨소프트 비중은 75%에 달한다. 카카오와 네이버 주가는 코로나19 이후 수직상승하고 있다.

셀트리온(314,000 -0.32%), 삼성바이오로직스(804,000 +4.28%), 씨젠(300,000 -3.44%) 등을 담은 바이오 ETF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 TIGER 헬스케어’(46.42%), ‘삼성 KODEX 헬스케어’(46.26%), ‘미래에셋 TIGER 의료기기’(45.98%) 등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며 바이오 ETF의 강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넷마블(150,000 -3.23%) 등 게임주를 담은 ‘KB KBSTAR 게임테마’와 ‘삼성 KODEX 게임산업’도 4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국의 촹예반(차이넥스트)지수를 따라가는 ‘삼성 KODEX 심천ChiNext’와 ‘한화 ARIRANG 심천차이넥스트’도 수익률 상위에 올랐다. 이 지수는 헬스케어와 정보기술(IT)산업이 전체의 60%를 차지해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린다. 김승욱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중국 금융당국이 촹예반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제를 완화하는 등 우호적인 투자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했다.

최근 3개월 동안은 2차전지 강세가 두드러졌다. ‘삼성 KODEX 2차전지산업’과 ‘미래에셋 TIGER 2차전지테마’는 작년 말 대비 순자산 가치가 네 배 이상 늘었다.
“ETF 시장, 구조적 성장 단계”
‘비대면 직접투자’가 대세로 떠오르며 ETF 시장은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작년 말 기준 한국의 증시 시총 대비 ETF 순자산총액 비율은 2.8%로, 미국(11.7%)은 물론 일본(6.4%)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라며 “한국 ETF 시장의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서는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성도 확대되고 있다. 펀드매니저들이 판단해 보유 종목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액티브 ETF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보유 종목을 공개하지 않는 액티브 ETF까지 생겨났다. ETF시장이 양적으로 성장할 뿐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김수정 SK증권 연구원은 “피델리티자산운용이 보유종목 비공개 액티브 ETF를 7개 출시하는 등 자산운용사들이 다양한 ETF를 속속 내놓고 있다”며 “액티브 ETF가 성장할 환경이 이미 갖춰졌다”고 봤다.

한국거래소는 액티브 운용을 채권형 ETF에 한해서만 허용하고 있다. 주식형 ETF로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연내 관련 상품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제/전범진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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