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3000억원대 채권펀드 환매를 중단한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젠투파트너스가 과거 펀드 자전거래와 돌려막기 등을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젠투가 국내 기관투자가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서로 별개인 펀드를 한데 묶어 운용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펀드 자전거래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독] 젠투파트너스 의혹 일파만파…자전거래·돌려막기 정황도

[단독] 젠투파트너스 의혹 일파만파…자전거래·돌려막기 정황도

"젠투, 과거에도 펀드 환매 거부"
국내 한 기관에서 올초까지 투자업무 등을 담당했던 A씨는 9일 “과거에도 젠투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펀드 환매를 수차례 거부했다”며 “서로 다르게 운용되는 2개 펀드를 레버리지(차입) 관계로 묶어놓는 등 상식 밖 행태도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A씨가 몸담았던 기관은 2010년대 초반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 젠투의 2개 채권펀드에 500억원 가량을 넣었다. 2015년부터 해당 기관 해외투자를 총괄하게 된 A씨는 2016년경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젠투에 펀드 환매를 요청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젠투는 “당장은 시장상황이 어려워 채권을 팔기가 힘들다”며 환매를 거부했다. 당시 A씨는 “해당 채권은 시장에서 쉽게 거래가 가능한 채권인데 왜 힘들다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면서도 일단 젠투의 해명을 받아들였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른 2017년 말, A씨는 다시 젠투에 펀드 환매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A씨는 젠투 관계자들을 불러 환매가 불가능한 이유를 집중 추궁했다. 그간 펀드 투자내역 공개를 극구 거부하던 젠투는 뒤늦게 기관이 투자한 2개 펀드 중 한 펀드가 다른 펀드 자산을 레버리지 담보로 잡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A씨는 “젠투는 당시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현지 금융사와 레버지리를 일으키면서 맺은 계약조건 등을 내세우며 환매를 거부했다”며 “계약서나 약관 등을 통해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던 사항인데다 애초에 서로 다른 펀드가 이렇게 연결된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종류 펀드로 이름 바꿔 달기도
젠투가 펀드별 특성과 투자전략을 무시하고 운용해왔던 정황은 조세피난처인 영국 왕실령 저지섬의 펀드 등록정보에서도 확인된다. 취재 결과 젠투는 ‘타이거 킹덤 펀드’ 명의로 2010년 3월 저지섬 금융위원회에 법인 등록을 했다. 법인 등록 직후엔 ‘KS아시아앱솔루트 리턴’ ‘KS코리아크레딧’ ‘CM크레딧’ 등 현재까지 운용 중인 주요 모(母)펀드들을 자회사로 등재했다.

그런데 2011년 4월 CM크레딧 펀드 중 일부 클래스의 명칭이 아시아앱솔루트리턴으로 바뀌었다. CM크레딧은 국내외 금융사가 발행한 영구채 등을 담는 펀드다. 국내에서는 우리·하나은행이 주로 팔았다. 레버리지는 쓰지 않았다. 반면 신한금융투자와 키움증권 등이 돈을 넣은 아시아앱솔루트리턴펀드는 레버리지 전략을 구사해 국내외 금융채와 회사채 등을 혼합해서 담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혀 다른 성격의 펀드로 이름이 바꿔 달렸다는 건 펀드명에 따른 구별이 젠투에선 실질적 의미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판매사 공격적 확대도 의혹
업계에서는 젠투가 국내 판매사를 늘린 것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젠투는 2018년 A씨 기관에 환매대금을 돌려줬다. 그때 국내 증권사들은 앞다퉈 젠투 펀드를 팔았다. 뒤에 투자한 투자자의 돈으로 앞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펀드를 상환해줬을 가능성이 제기된 배경이다.

젠투의 인력관리 방식도 의문투성이다. 홍콩 금융당국에 따르면 젠투 임직원은 2009년 11명에서 2012년 20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2013년부터 현재까지는 3~4명 규모로 확 줄었다. 수조원대 운용자산을 지닌 회사가 고작 3~4명만으로 움직이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홍콩 금융가에선 "운용상 비밀에 대한 보안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 인력을 줄인 것 아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란 반응이 나왔다.

금융감독원도 이런 정황들을 감안해 젠투가 자전거래와 돌려막기 등 방식으로 펀드를 운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만 젠투의 이런 행태가 홍콩 현지에서는 어느 정도 용인되는 행위일 수도 있다”며 “결국 판매사들이 사전에 이런 정보를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나중에 책임소재를 가리는데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김대훈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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