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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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밝힌 주식 양도세 과세 방침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거래세는 왜 폐지하지 않느냐, 펀드에는 왜 기본공제가 없냐, 장기보유 인센티브는 왜 없느냐, 월별 원천징수는 지나친 과세편의 아니냐는 등등...

이같은 부작용과 반발은 사실 예상하고도 남을 만한 것들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른바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 아래 양도세 과세 방침을 공개한 데 이어 큰 수정 없이 밀어붙일 태세다. 이번 조치는 어떻게 나오게됐을까.
늘 숙제처럼 미뤄만 왔던 주식 양도차익 과세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말을 인용할 것도 없이 주식을 팔아 차익이 생겼으면 세금을 내는 것이 이상할 것은 전혀 없다. 실제 대다수 선진국들이 주식 매매로 이익이 났을 경우 그에 대해 세금을 매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상장주식에 대해서는 이같은 양도차익에 대해서 일정 요건을 갖춘 대주주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과세를 해오지 않았다.

과거 심심하면 한 번씩 상장주식 매매차익 과세 문제가 제기됐지만 그 때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아직 선진 증시로 도약도 못한 상황에서 양도차익 과세를 실히하면 증시를 지나치게 위축시킨다는 주장이었다.

유럽 재정위기 당시였던 2012년에도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기적 단기 매매가 성행하자 단기적 투기적 매매를 억제하고 장기적으로 증시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으로 주식 매매차익 과세를 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세가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증시를 안정시키고 이는 기업들의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 비용을 줄일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런 주장 역시 만성적인 코스피의 저평가(지정학적 리스크 등)를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등의 반대 논리앞에 관철되지 못했다.

부동산이나 증시 관련 세제를 잘못 건드렸다가 혹시 있을지 모를 정치적 부담을 떠안지 않으려는 정치권의 소극성 역시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계속 미루게된 요인 중 하나였다.
지난해 '갑툭튀' 증권 거래세 인하는 주식 양도세 과세의 밑밥?
그런데 지난해 3월 정부는 갑자기 증권거래세 인하 방침을 밝혔다. 이른바 '혁신금융 비전'을 선포한다며 23년만에 증권거래세를 0.05% 포인트 내린 것이다. 정부는 당시 주식 양도세 과세 확대와 연계해 거래세 추가 인하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만 여기서 말한 주식 양도세 과세 확대는 대주주 등에 대한 과세 확대를 말하는 듯했고 상장주식 전반에 대한 양도세 부과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식 양도세 과세와 거래세 인하 내지 폐지는 동전의 앞뒤와 같은 관계다. 그간 주식투자로 이익이 날 때는 물론, 손실이 발생해도 거래세를 물린 것은 양도세를 매기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따라서 거래세를 내리겠다면 당연히 그만큼 줄어든 세수 벌충을 위해서라도 주식 양도차익 과세 방침을 밝히는 게 순리다. 그런데도 정부는 마치 금융투자업계의 오랜 숙원이던 거래세 인하를 선심쓰듯 들어주는 듯 하면서 정작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 이야기는 쏙 빼놓았다. 언론조차 이 문제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고 넘어갔다.

문재인 정부들어 세수 부족은 이제 상수(常數)가 되다시피했다. 경기가 계속 침체를 이어가는데다 코로나까지 겹쳤으니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와중에 정부 씀씀이는 역대 그 어느 정부 때보다 헤프다. 정부로서는 당연히 세금을 더 걷을 궁리를 물밑에서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등 국민 대다수를 대상으로 한 보편 증세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니 여기저기서 새로운 세수를 발굴하다 보니 주식양도차익 과세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거래세 인하라는 밑밥을 던져 놓고 올해 주식 양도세 전면 과세 방침을 밝힌 것은 그런 점에서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가능하다
주식 양도세, 증권거래세 이중과세 논란에도 입다문 정부
이는 정부가 2023년까지 상장주식에 대해 전면 양도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면서도 증권거래세 폐지 일정은 밝히지 않은 것만 봐도 그렇다. 상식적으로 주식 양도세가 전면 과세되면 증권거래세는 폐지하는 게 순리다. 외국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정부는 이중과세 논란에도 불구하고 증권거래세 폐지는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2023년부터 전면적인 상장 주식 양도세 과세 방침을 밝히면서도 현재 0.25%인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총 0.1% 포인트 낮추겠다고만 밝혔다. 폐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청회에서 "증권거래세 폐지가 부작용이 많다"는 주장까지 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에 과세를 전혀 할 수 없고 고빈도 매매를 억제할 수단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핑계이고 실제로는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증권거래세 세수는 해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연간 5조원 안팎이다.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은 아니지만 매년 세수가 줄어드는 요즘 이 정도 세수라도 보장되는 것은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로 들어올 세수 규모에 대한 정확한 추정이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직 시행전이고 구체적으로 과세 예외나 유예 등을 어느 선에서 정하느냐에 따라 세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세입 추정액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거래세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가는 '꿀딴지' 같았던 증권거래세 세수를 그냥 포기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펀드 기본공제, 장기투자 인센티브 등도 여전히 불확실
정부의 주식 양도세 과세안이 발표된 후 금융권 주변에서는 펀드투자에 대한 기본공제가 없는 점, 장기투자자 공제제도가 미비한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집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공청회 등을 통해 이같은 여론 수렴을 벌이고 있으며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고는 하지만 이같은 요구 사항이 관철될 지는 미지수다.

개인 주식투자자의 양도차익 과세를 월단위로 원천징수하고 세액이 확정되는 이듬해 5월에 환급하겠다는 것 역시 과세 편의 위주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같은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정부가 뾰족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역시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증세를 증권 세제 선진화로 포장은 안 돼
정부가 오랫동안 과제로 미뤄져 온 주식 양도차익 과세의 칼날을 뽑은 것은 모자라는 세금을 어떻게든 벌충하기 위한 안간힘의 일환으로 보인다. '증세'라는 단어를 쓰기를 꺼리다보니 금융세제 선진화 등으로 포장됐을 뿐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자꾸 원칙이 없어지게 되고 조세원리와도 어긋나는 일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 대책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최근 정부가 쏟아내는 부동산 정책을 보고 있자면 이게 과연 부동산 값을 잡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이를 핑계로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차라리 툭 까놓고 '돈 쓸 곳은 많은데 세금은 줄어드니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대 국민 고백이라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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