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투자·발행 기피…시장기능 약화로 기업 양극화
나이스신평 "BBB등급 채권 5% 불과…회사채 허리 사라져"

국내 채권시장에서 신용등급이 'BBB'인 회사채 비중이 크게 줄어들고 있어 기업자금 조달은 물론 금융시장에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나이스신용평가 최우석 평가정책본부장은 9일 낸 '소멸에 이른 BBB 등급과 벼랑 끝에 선 A등급, 한국 채권시장의 위기' 칼럼에서 "BBB 등급은 채권시장의 허리"라며 "BBB 등급 시장이 소멸하다시피 하면서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스신평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BBB 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채권시장에서는 약 35%,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약 40%에 이른다.

반면 국내에서는 5%에 불과하다.

최 본부장은 "미국의 포드는 지난 3월 투기등급으로 하향됐음에도 4월 8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연 8∼9% 금리로 발행했다"며 "그러나 국내에서는 BBB 등급 이하 기업이 채권발행을 할 수 없다.

BBB 등급 시장이 기능을 멈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기금이나 증권사 등 기관들은 금융위기 이후 내부통제 강화로 BBB 등급 이하 채권 투자를 기피했고, 그 여파로 BBB 등급 채권 발행량도 줄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적이 좋은 BBB 등급 기업의 신용등급이 상향되면서 BBB 등급 기업 수가 줄어든 것도 발행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최 본부장은 "BBB 등급이 사라지니 바로 위 A등급 채권이 급변하는 환경 영향에 바로 노출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 정책으로 AA등급까지는 정상화됐지만, A등급은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에선 A등급 이상 대기업만이 채권을 발행하는 직접금융시장의 혜택을 보고 있다"며 "국내 기업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BBB 등급 이하 대기업, 중견기업, 벤처기업 모두 직접금융시장 창구가 막혔다고 봐도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 본부장은 "자금 조달 기회의 양극화는 기업의 양극화를 확대하는 요인"이라며 "투자등급 기업도 다소 높은 금리로라도 자금조달을 할 창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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