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와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구성된 ‘3자연합’이 조만간 한진칼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신청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잦아들자마자 경영권 분쟁이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 '가을大戰' 예고
8일 증권업계 및 항공업계에 따르면 3자연합은 조만간 임시 주총을 소집해 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제기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이 승리한 이후 3자연합 측은 반도건설을 중심으로 한진칼 주식을 꾸준히 매집했다. 현재 3자연합 지분율은 45.23%다. 이 가운데 3.2%는 3월 주총 직전 법원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3자연합이 이 판결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다시 제기했기 때문에 의결권이 살아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도건설은 한진칼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추가로 사들여 0.7%를 더 확보할 계획이다.

반면 조 회장 측 지분율은 드러난 것만 보면 41.14%로 열세다.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 22.44%, 델타항공 14.90%, 대한항공 자가보험 및 사우회 보유분 3.80%를 더한 수치다. 다만 조 회장 측에는 숨어 있는 우호세력이 더 있을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3월 주총에서도 GS칼텍스 카카오 한일시멘트 등이 우호세력으로 나서 조 회장 편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겉으로 드러난 양측 지분율 차이가 4~5%포인트까지 벌어진 만큼 3자연합으로서는 이사회 구성원을 교체해 달라는 주장을 해볼 만한 시점이다. 관건은 3자연합의 임시 주총 소집 요구를 법원이 받아들일지 여부다. 3자연합은 최대주주가 변경된 만큼 경영진을 교체하기 위해 이사진의 추가 선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최대주주와 2대 주주의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고 경영권 분쟁 중이어서 추가 매집을 통해 최대주주가 수차례 바뀔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이사진을 추가 선임해야 할 필요성에 관해서도 3자연합은 설득력 있는 논거를 대야 한다. 3월 주총에서 조 회장 측은 6명의 이사진 중 임기가 만료된 2명을 내보내고 7명을 추가 선임해 11명을 자신 측 사람으로 채웠다. 이사 해임을 위해서는 주총에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3자연합과 조 회장 모두 해임은 할 수 없는 처지다.

그러나 추가 선임은 과반 찬성으로 결의가 가능하다. 따라서 만약 3자연합이 임시 주총을 연다면 조 회장 측으로 분류되는 11명보다 많은 12~13명의 이사진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야 한다. 법원이 임시 주총을 허용하면 실제 주총은 이르면 9월, 늦어도 11월께 열릴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하고 있다. 내년 3월 정기 주총과 상당한 시간 차이가 벌어져야 법원의 허가를 받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