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항공, 기내식·면세점…한앤컴퍼니에 매각한다
마켓인사이트 7월 6일 오후 4시

대한항공이 기내식과 기내면세점 사업부를 국내 2위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신속하게 극복하기 위한 자구 노력의 일환이다.

6일 사모펀드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기내식사업부 등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잠정 결정하고 매각 조건 최종 협상을 하고 있다. 매각가격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7일 열리는 이사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기내식, 기내면세점, 항공운송교육, 항공기정비(MRO) 사업부 등을 매각 대상으로 정하고 인수 희망자들과 접촉해왔다. 국내외 PEF들의 관심이 뜨거웠지만 코로나19 후폭풍으로 비행기가 거의 뜨지 않는 상황에서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운 것이 걸림돌이었다. 여러 인수 후보가 검토를 시작했다가 최종 결정을 망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받는 지금이 이들 사업부를 싸게 살 수 있는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기내식과 기내면세점은 비슷한 물류 흐름을 가지고 있어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고 두 사업부를 묶어서 사기로 했다. 한앤컴퍼니는 항공운송교육사업부를 추가로 사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번 매각이 완료되면 대한항공의 올해 자금 사정은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내식+면세사업 팔아 1兆 추가 수혈…대한항공 자금사정 '숨통'

대한항공이 기내식과 기내 면세점 사업부 매각에 성공하면서 대한항공을 둘러싼 유동성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제선 여객 운송이 급감했지만 화물 운송 수요가 늘어나 손실이 상당 부분 보전됐고, 정부의 자금 지원과 자구노력 등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6일 채권단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올해 채권단 지원 및 자체 자구노력을 통해 확보하는 자금은 4조원에 달한다. 지난 4월 비상경제회의 결정에 따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총 1조2000억원을 지원받았고, 지난 2일 열린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를 통해 하반기 1조원의 자금 지원을 약속받았다. 총 2조2000억원을 공적자금으로 지원받는 셈이다.

이런 지원의 전제조건은 ‘항공사의 자체적인 자본 확충과 경영개선 등 자구노력’이었다. 대한항공은 이에 따라 이달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1조1587억원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지분 29.96%를 보유한 한진칼은 최근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지분율만큼(2746억원어치)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내식 사업부 등을 팔아 추가로 1조원가량을 수혈하면 올해 대한항공이 확보하는 자금은 4조원에 이르게 된다. 최종 매각 가격 및 대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자금을 일시불로 받을 수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여객 수요는 급감했지만 화물 항공 수요가 급증하고 단가도 올라 대한항공의 부족자금 규모가 코로나19 초기에 우려했던 것보다는 많이 줄었다”며 “무급휴가 등으로 직원들이 고통을 분담한 덕분에 비용도 줄어들어 올해를 넘기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대한항공은 서울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를 보유한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추가 자산 매각도 진행 중이다. 다만 송현동 부지 매각으로 5000억원 이상을 확보하려던 계획은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공원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매각이 사실상 중단됐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를 4671억원에 사주겠다고 했으나 대금을 2년간 분할지급할 예정이어서 당장 올해 유동성 확보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MRO 사업부 매각 등 추가 자산매각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당장 급한 불은 끈 만큼 코로나19와 경제 상황의 호전 정도에 따라 추가 매각 여부가 달라질 전망이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MRO 사업부를 팔기 위해서는 분사 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마일리지사업부는 팔더라도 사실상 대한항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관계여서 매각하기 쉽지 않은 물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