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민간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보류했던 해외 채권 발행을 재개하고 있다. 각국 정부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상황을 틈타 서둘러 외화 곳간을 채워두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달 말 산업은행의 원리금 보증계약에 기초해 3억달러(약 3600억원)어치 외화 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조만간 해외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이달 말 3억달러 규모의 외화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일시적으로 발행을 보류했던 미래에셋대우도 비슷한 시기에 5억~6억달러어치 외화 채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당초 투자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지난 4월 외화 채권을 발행하려 했지만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시장이 얼어붙자 조달 일정을 연기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회사채 매입 결정 등으로 글로벌 회사채 시장의 냉각 분위기가 차츰 풀리면서 필요한 외화를 미리 준비해두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월부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시중은행, 공기업 순서로 외화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서 민간기업으로 온기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현대캐피탈은 코로나19 이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3억스위스프랑 규모의 외화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