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이 세상 떠났는데…거액 빚을 나보고 갚으라고?
상속과 관련된 상담을 하다 보면 간혹 사망한 피상속인의 배우자나 자녀 이외 다른 친족의 상담도 하게 된다. 보통 피상속인이 채무가 많은 상태로 사망한 경우의 문의가 많다. 피상속인의 자녀나 배우자의 경우 피상속인의 재산내역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알기 때문에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을 받을지 또는 상속을 포기할지에 대해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는 한정승인을 하여 상속인으로서 상속받은 범위 내에서 채무를 갚을 책임을 지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친족은 피상속인이 채무가 많은지 여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피상속인이 사망해 상속이 개시됐는데 피상속인의 채무가 많고 1순위 상속인인 자녀와 배우자가 상속포기를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

우선 본인의 상속 순위를 파악해야 한다. 피상속인의 배우자나 그 자녀가 1순위 상속인이 되며 친족은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 방계혈족 순으로 후순위 상속인이 된다. 따라서 1순위 상속인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 그다음 순위의 상속인이 상속인이 되며, 이런 구조로 4순위까지 상속된다. 다만, 선순위 상속인 중 누군가가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가 모두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에는 그다음 순위의 상속인으로 상속되지 않는다. 즉, 한정승인은 상속인으로서 권리의무를 상속하는 것이고 그 책임만 상속 범위로 제한되므로 한정승인을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상속포기자의 상속분까지 전부 상속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본인이 상속인이 되는 경우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언제까지 신청해야 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상속인은 상속 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속받을 채무가 많아서 선순위 상속인이 전부 상속포기를 해 후순위자가 상속인이 되는 경우 상속포기 등을 신청할 수 있는 기산점인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이 언제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판례에 의하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이란 상속개시의 원인이 되는 사실의 발생을 앎으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됐음을 안 날을 의미한다. 이 경우 상속재산 또는 상속채무의 존재를 알아야만 위 고려기간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후순위 상속인의 경우 어떤 식으로든 선순위 상속인이 상속포기를 한 사실을 알게 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3개월 내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차순위 상속인으로서 상속인이 된 경우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라면 법정단순승인이 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즉, 법에서 정해진 사유가 발생하면 그 상속인이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되는데 이렇게 단순승인으로 간주되면 피상속인의 권리의무가 그대로 승계된다. 그 사유로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 상속인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신청할 수 있는 기간 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않은 때,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대신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한다면 단순승인 사유 중 상속재산처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상속포기 등을 한 뒤에도 상속재산을 처분하거나 숨긴다면 단순승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보통 친족 중 누군가 사망하게 되면 그 직계가족 아니고서는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쓰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위 사안처럼 후순위 상속인도 경우에 따라 언제든지 상속인이 될 수 있으므로, 상속순위 등 법에서 정해진 내용을 알아두면 상속 시 발생하는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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