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100% 배상 결정

펀드부실 인지한 라임운용
은폐시도 등 막가파식 운용

"사기 피해자인 판매사가
모두 물어주는 건 나쁜 선례"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 결과를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운용사의 거짓 설명을 그대로 믿고 판매해 투자자 착오를 유발한 판매사는 투자원금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1일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에 사상 처음으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전액 배상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금융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판매사도 사기를 당했는데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라임 무역금융펀드가 ‘총체적 부실덩어리’였다는 것은 이미 드러났다. 펀드 부실을 알고도 운용을 지속한 라임과 신한금융투자가 이에 걸맞은 제재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펀드 운용에 개입하지 않아 부실을 사전에 몰랐던 판매사들에까지 전액 배상결정을 내린 건 과도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펀드사기의 피해자이기도 한 판매사가 투자손실을 모두 물어주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무역금융 1611억원 전액 배상”
금감원 분조위가 판매사에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을 내린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분쟁조정 안건은 총 4건이다. 금감원에는 라임펀드와 관련해 총 672건의 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됐다. 이 중 무역금융펀드 관련은 108건이다.
"펀드 부실 몰랐어도 판매사가 전액 배상"…업계 "우리도 피해자"

분조위는 이번에 108건 중 4건의 대표적 사례를 뽑아 분쟁조정 결정을 내렸다. 4건 모두 2018년 11월 이후 무역금융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제기했다. 이들이 제기한 분쟁조정은 총 72건, 판매액 규모는 1611억원 정도다. 판매사별로는 우리은행이 650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금투(425억원), 하나은행(364억원), 미래에셋대우(91억원), 신영증권(81억원) 순이다.

금감원은 “2018년 11월 이후 가입한 피해자에 대해서는 이번 분조위 결정 내용에 따라 조속히 자율조정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2018년 11월 이후 무역금융펀드에 가입한 다른 피해자에게도 이번 분쟁조정 결과를 참고해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돌려주라는 얘기다.
부실을 인지한 시점이 기준
전액배상 기준이 2018년 11월로 결정된 것은 금감원이 라임과 신한금투가 펀드 부실을 본격적으로 인지한 시점을 그때로 봤기 때문이다. 라임과 신한금투는 2017년 5월 신한금투가 제공한 3600억원 규모 총수익스와프(TRS) 대출을 활용해 신한금투 명의로 북미와 남미 등 해외 무역금융펀드 투자를 시작했다. 이듬해 11월 신한금투는 북미 무역금융펀드(IIG) 사무관리사로부터 펀드에 부실이 발생해 곧 청산절차가 개시된다는 통지를 받았다. 이후 라임과 신한금투는 IIG펀드 환매자금 마련을 위해 IIG펀드를 편입한 펀드와 미편입 펀드를 합쳐 펀드 구조를 모자(母子)형으로 변경했다. 부실이 정상적 펀드로 옮겨갈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2019년 1월 라임과 신한금투는 IIG펀드 투자액 2000억원 중 최소 1000억원가량의 손실 가능성을 파악했다. 2월엔 2000억원 규모 남미 무역금융펀드(BAF) 환매 중단 통보를 받았다. 그러자 양측은 싱가포르에 있는 로디움이라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SPC)에 펀드 수익권을 넘기며 부실 은폐를 시도했다.
일단 배상하고 책임소재는 나중에
금감원은 우선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 법리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했다. 그러나 형사법 개념인 사기는 재판을 통해 운용사와 판매사의 고의성 여부 등을 입증해야 한다.

그래서 금감원은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란 법리를 끌고 왔다. 민법 제109조는 계약 등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계약의 취소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착오는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뜻한다. 만약 이런 인식(착오)이 없었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정보 등을 의미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착오는 사기와 달리 판매사의 중과실 여부 등이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라며 “사기보다 피해자 구제에 시간이 적게 걸리면서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는 착오에 의한 취소로 결론내렸다”고 설명했다.

펀드 부실을 사전에 몰랐던 다른 판매사들에도 마찬가지로 전액배상 책임을 내린 건 형평성 측면에서 부당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일단 계약 당사자인 판매사가 먼저 배상을 하고 최종 책임을 누가 지는지 여부는 금융사 간 구상권 소송 등을 통해 가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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