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마이너스 유가 사태의 후폭풍이 다음달부터 관련 파생상품에 본격적으로 불어닥칠 전망이다. 손실 가능성이 큰 녹인(Knock-in)형 서부택사스산원유(WTI) 파생결합증권(DLS) 의 만기가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다음달 WTI를 기초자산으로 포함하는 녹인 DLS 상품인 미래에셋대우5395(DLS)와 미래에셋대우5398(DLS)의 만기가 돌아온다. 이들 상품의 발행금액은 각각 22억원, 7억원이다. 같은 달 NH투자증권3553(DLS)(7억원), KBable193(DLS)(25억원)도 만기가 예정돼 있다.

이들 상품은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WTI 가격이 마이너스를 찍었을 때 모두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녹인 DLS'는 기초자산 가격이 한번이라도 손실 구간에 진입하면 만기 시점에서 조기상환 조건을 달성해야 원금이 보장된다. 이들 상품은 아직 조기상환 조건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원금의 절반까지도 손실이 날 수 있다.

다음달까지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유가가 크게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상품이 발행될 당시 WTI 가격은 배럴당 55~70달러대였다. 조기상환 조건은 보통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당시 가격의 약 80% 이상'이다. 유가가 배럴당 44~56달러 이상은 돼야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한다는 얘기다. 최근 유가는 30달러 후반대에 머무르고 있다.

연말까지 WTI가 기초자산인 다른 녹인 DLS의 만기도 줄줄이 돌아온다. 이들 상품의 올 하반기 누적 만기 도래액은 9월 120억원, 10월 207억원, 11월 278억원, 12월 331억원이다. 하반기에 유가가 크게 오르지 않으면 이들 상품도 줄손실이 불가피하다. 발행 회사별로는 NH투자증권(153억원), 미래에셋대우(95억원), KB증권(44억원) 등 순이다.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녹인 DLS 가운데 녹인 구간이 35~55%인 상품의 전체 미상환 잔액은 6445억원(지난달 29일 기준)에 달한다. 유가가 장기간 정체된다면 최대 수천억원의 손실이 우려된다. 김찬영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팀장은 "원유 DLS는 지금까지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분류했지만 해외처럼 고위험으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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