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조→46조…"한 번에 이 정도 규모 감소는 처음"

금융상품을 사고팔 수 있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잔고가 최근 단 하루 만에 10조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CMA에서 수조원이 한꺼번에 '증발'하는 것도 이례적인데, 10조원이나 되는 자금이 어디로 갔을까?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증권사 CMA 잔고는 전날 56조9천억원에서 46조8천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하루 동안 무려 10조원 이상 빠져나간 것이다.

CMA는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상품을 살 수 있는 증권 계좌로, 은행 통장과 같이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다.

<표> 최근 5거래일 CMA 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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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짜 │ 잔고(조) │ 증감(조) │ 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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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9일 │ 56.3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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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2일 │ 57.5 │ (+) 1.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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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3일 │ 56.9 │ (-) 0.6 │ SK바이오팜 청약 첫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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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4일 │ 46.8 │ (-)10.1 │ 청약 마지막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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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5일 │ 46.6 │ (-) 0.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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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투자협회

CMA 잔고는 올해 초 51조8천억원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잔고가 다소 내려가긴 했지만, 올해 들어 50조원 아래로 내려간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고, 주식시장이 코로나19 이전 상태를 회복하면서는 지난 22일 처음 57조원도 넘어섰다.

그러나 다음날인 지난 23일 잔고는 소폭 감소하며 57조원 아래로 떨어지더니 24일에는 10조1천억원이 감소했다.

전날 잔고 대비 17.8%가 날아간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CMA 잔고가 가끔 1조~2조원 단위로 줄어든 적이 있긴 하지만, 이처럼 10조원 이상이 한꺼번에 감소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루 새 '사라진' 10조원의 목적지는 SK바이오팜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증권사 CMA 잔고 하루새 10조원 '증발'…이유는?
SK바이오팜은 내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지난 23일과 24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했다.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라는 수식어답게 SK바이오팜은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틀간 공모주 청약에 31조원에 달하는 증거금이 몰리면서 제일모직이 갖고 있던 30조원의 기록을 깬 것이다.

청약 첫날인 23일에는 6조원이, 24일에는 무려 25조원이 몰렸다.

25조원이 몰린 24일은 CMA 잔고가 10조원 이상 출금된 시점과 같다.

CMA는 은행 통장처럼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SK바이오팜 청약을 위해 24일 하루 동안 10조원이 빠져나간 것이다.

제일모직이 상장을 위해 청약했던 2014년 12월에도 CMA 잔고는 크게 감소했다.

당시 청약 마감일인 12월 11일 CMA 잔고는 42조7천억원에서 35조4천억원으로 7조3천억원(17.1%)이 줄어들었다.

SK바이오팜은 31조원에 달하는 증거금뿐만 아니라, 하루 새 빠져나간 CMA 잔고 10억원도 역대 최고를 기록한 셈이 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처럼 큰 규모의 CMA 잔고가 줄어든 것은 SK바이오팜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았다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을 모두 끌어다 썼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CMA 잔고 하루새 10조원 '증발'…이유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