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장비주는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다. 5G 장비 대장주로 꼽히는 케이엠더블유는 지난해 초 1만원 초반대에서 9월 8만원대까지 올랐다. 세계적으로 5G 투자가 늘며 국내 기업들이 5G 장비 수주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각국의 5G 투자가 늦어지자 주가는 시들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 수주는 더 좋지 않았다.

다시 여름이 오자 5G 관련주가 뜨거워지고 있다. 해외 수주 기대가 현실이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국이 5G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5G 인프라 투자 규모는 각각 300조원이 넘는다.
삼성전자 해외 수주說에…5G 장비주 '껑충'
미국 통신사 장비 수주하나

삼성전자는 26일 2.70% 오른 5만3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미국 1위 통신사인 버라이즌의 5G 장비를 수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수주 계약 체결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지만 증권업계는 수주가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3대 통신사인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모두 5G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관련 장비 발주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들 통신사에 5G 장비를 공급할 만한 기업은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 정도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웠던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르면서 최근 캐나다·호주·인도 등이 화웨이 선정 배제 방침을 밝혔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통신 장비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데다 국내 통신장비업체들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미국 통신사 수주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유럽 등에서도 관련 수주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최근 캐나다 통신사인 텔러스(TELUS)로부터 5G 장비를 수주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외에 다른 부품업체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에이스테크(25.23%), 서진시스템(18.46%), 오이솔루션(11.43%), 에치에프알(9.19%), 다산네트웍스(9.09%), RFHIC(8.37%), 케이엠더블유(5.92%), 쏠리드(3.46%) 등 5G 관련주가 일제히 올랐다. 에이스테크·서진시스템·오이솔루션 등 삼성전자 밸류체인 종목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커지는 5G 2차랠리 기대

코로나19로 바뀐 소비 패턴도 5G 장비주의 2차랠리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세계에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한 영향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해 5G 수요도 늘고 있다. 최근 중국의 5G 스마트폰 증가세가 한 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5G 투자는 향후 수년간 이어질 장기 프로젝트라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3분기부터 해외 수주가 시작되면 케이엠더블유 등 삼성전자 밸류체인 업체들의 내년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 1~2분기 수주한 물량은 대체로 그해 매출에 반영된다. 장비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해 1~2분기 수주가 부진해 연간 실적도 크게 개선되기 힘들다는 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시장은 올 하반기 수주분이 반영되는 내년 실적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지국 안테나 생산업체인 에이스테크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올해 전망치보다 232.6% 늘어난 577억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27억원)과 비교하면 20배 늘어나는 수준이다. 케이엠더블유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올해보다 31.3% 늘어난 2456억원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5G 기지국뿐 아니라 스위치 장비 투자 등 관련 장비주가 전체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