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올 하반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평가됐다는 지적이 증권업계에서 나왔다. 지난 1분기 실적 확정치가 발표된 뒤에도 하반기 이익 추정치 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종목이 상당수 있기 때문에 하반기 경제에 대한 기대감을 한 꺼풀 벗겨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주요 200개 기업의 3·4분기 실적과 관련해 증권사들이 전망치를 제시한 횟수는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총 906건이었다. 전달인 5월(1529건)뿐 아니라 지난해 같은 기간(1005건)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달 15일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뒤 하반기 전망치 업데이트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반기 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낮은 상황에서 주가만 최근 기대감을 업고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증권사의 유니버스 200종목에 포함된 기업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동기보다 21.2% 증가한 39조5000억원이다. 4분기 역시 3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반도체 등에서 업황이 상반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현재 전망치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267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25조9368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기 충격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익은 감소하는데도 국내 증시는 성장주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루 평균 증시 거래대금이 사상 최대치인 3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어서다. 유가증권시장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2.2배에 달한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 증시의 PER 최대치인 13배에 근접한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전망치 하향 조정과 향후 있을 어닝쇼크 등을 감안하면 실제 PER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성장성과 펀더멘털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