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전체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돌파했다. 구광모 LG 회장의 취임 2주년을 닷새 앞두고서다. 전기차 배터리와 전장 부품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재편한 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위기에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LG그룹株 시가총액 100조 돌파
(주)LG, LG화학, LG전자,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LG그룹 13개 상장사(우선주 포함)의 시총은 지난 19일 1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24일 10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LG그룹 시총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작년 말 시총(87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16%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 떨어졌다.

구 회장이 취임 후 추진한 것은 무리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었다. 고객 가치를 가장 잘 창출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대표적인 게 LG디스플레이의 LCD(액정표시장치) 사업과 LG화학의 LCD 편광판 사업이다. 관련 사업을 축소하거나 매각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냈다. LG전자는 연료전지 사업을, LG유플러스는 전자결제 사업을 매각하며 비주력 사업을 정리했다. LG전자 LG화학 LG상사가 가지고 있던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해 약 1조37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렇게 몸집을 줄여놓고 현금을 확보한 것이 코로나19 위기에도 버티는 힘이 됐다.

대신 자동차 배터리, 전장 부품, OLED,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 신산업에 집중 투자했다. 구 회장 취임 전부터 추진된 LG전자의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회사 ZKW 인수,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 로보스타 경영권 인수, LG화학의 미국 자동차용 접착제 회사 유니셀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전장 사업에 꾸준히 공을 들인 결과 LG는 ‘전기차 없는 전기차 그룹’이 됐다. LG화학(배터리), LG전자와 LG이노텍(전장 부품), LG디스플레이(차량용 디스플레이) 등 각 계열사가 전기차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됐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올해 1분기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글로벌 1위가 됐다. 아직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시장은 잠재가치가 무궁무진하다고 보고 있다. LG화학 주가는 코로나19로 모든 자동차 업체의 생산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작년 말 대비 63% 오른 51만6000원이 됐다. LG이노텍도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과 차량 전장 부품 덕분에 같은 기간 20% 올랐다.

구 회장이 취임한 2018년 6월 29일(93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시총은 7조원 이상(8.4%) 늘어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7.1%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LG그룹의 가치가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전기차 배터리부터 비대면 산업까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포트폴리오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장 계열사이긴 하지만 LG CNS는 (주)LG 지분율이 50%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자사 시스템을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주)LG는 1조7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해놓고 있다”며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배당 증대,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