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사 1명 이상 둬야하는 자본시장법 7월 시행
골드만 등 글로벌 운용사, 남성중심 이사진에 '반대'
[여기는 논설실] 글로벌 자본시장 화두로 떠오른 '성평등'

올해 글로벌 자본시장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로 떠올랐는데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젠더(gender) 이슈입니다.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 성(性)평등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상장사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의무적으로 둬야하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영국 등이 그런 나라들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월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자본시장법에 신설됐습니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이 법 규정에 대해 아직 주요 상장사들이 중요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 143곳 중 79.7%인 114곳은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 당시 제출한 임원 명부 기준으로 여성 등기임원이 0명이었던 것으로 집계됐을 정도로 국내 상장사들의 여성임원 비율이 현저하게 낮은데도 말이죠.

영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런던거래소에 상장된 상장사들은 연내 여성이사를 반드시 선임해야합니다.

영국은 상장사들의 이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33%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FTSE100 구성 상장사들의 경우 여성이사가 정확히 33%를 차지하고 있고, FTSE250 상장사들은 32%로 목표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지요.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등 유수의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이사회를 남성으로만 구성한 상장사의 이사선임 주주총회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주목되는 움직임입니다. 6월 주총시즌이 있는 일본 상장사들이 이것 때문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영국의 유명 자산운용사인 리걸앤드제너럴의 경우 일본 토픽스100지수에 속한 투자대상 상장사들의 ‘여성 없는 이사 추천’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계획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도쿄증시 상장사의 57%는 남성들로만 이사진을 구성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차적으로는 ‘성, 인종 등 분야에서의 다양성(diversity) 추구’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진행되는 것입니다. 더불어 ‘이사진에 여성이 포함된 상장사들의 성과가 더 좋다’는 실증연구 결과에 기반한 것이기도 합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2015년 420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강력한 여성 리더십’을 보유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36.4% 높았습니다. 또 피터슨연구소가 2014년 2만1980개 상장사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임원 여성 비중이 0%에서 30%로 늘면 회사 수익성이 1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요.

최근 국내에서는 성평등 이슈가 정치‧사회적 논란거리로 떠오르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시각으로 보면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자본시장에 까지 성평등이라는 잣대를 적용하는 게 맞나’하는 의구심도 제기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자본시장에서 더 이상 당위가 아니라 현실화된 문제가 돼 버렸습니다. 글로벌 자산운용 업계의 대세가 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서도 성평등은 주요한 요소로 꼽힙니다.

남‧녀 성차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상장사들은 전세계적으로 설정액이 1조 달러가 넘는 ESG펀드 투자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 세계 투자금이 성차별적 상장사로 흘러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자가 이 거대한 흐름을 거스를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현명한 기업과 투자자들이라면 자본시장의 성평등 흐름을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로 간주할 필요가 있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다 시장에서 뒤쳐지기보다 경영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어떨까합니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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