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82개 사모펀드 전수 조사
금융당국이 1만여 개에 이르는 사모펀드의 전수조사에 나선다.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도 5000여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환매 연기 사태가 터지면서 사모펀드 투자 실태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0 넥스트 라이즈’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1만여 개 사모펀드 전체를 점검해보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사모펀드는 1만282개, 순자산은 42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은 라임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문사모운용사 52곳이 운용 중인 1786개 사모펀드(22조7000억원 규모)를 대상으로 유동성 관리 실태 등을 점검했다. 하지만 이 조사에서는 옵티머스 펀드의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최근에야 옵티머스 펀드에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서면조사를 했다.

은 위원장은 “사모펀드를 모두 점검하는 방안을 금감원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성수 "10년 걸려도 사모펀드 다 점검해봐야"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전수조사는 펀드 투자자금이 당초 목적에 맞는 대상에 투자됐는지, 기업사냥꾼의 무자본 인수합병(M&A) 자금으로 흘러들어갔는지 등을 확인하는 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에 환매가 연기된 옵티머스 펀드는 한국도로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같은 공공기관의 공사를 수주한 건설회사 등의 매출채권을 싸게 사들여 연 3% 안팎의 수익을 추구한다고 내걸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종 부동산 개발 사업과 코스닥시장 한계기업 등으로 빼돌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옵티머스운용은 법무법인을 통해 펀드가 마치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양수도한 것처럼 계약서를 위조했다. 사무수탁을 맡은 한국예탁결제원에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수법으로 펀드 명세서를 위조했다. 펀드재산 관리를 맡은 수탁은행인 하나은행에는 부실채권 매입을 지시했다.

NH투자증권 등 판매사들은 환매 연기를 앞두고 수탁은행이 보관하고 있는 펀드재산 목록과 사무수탁회사에 있는 펀드명세서를 직접 대조하고 나서야 서류가 위조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은 “과거 당국 조사에서는 운용사가 제출한 서류만 갖고 조사했는데 이번엔 (옵티머스 사례처럼) 실물과 대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과거엔 52개사만 했지만 가능하면 10년이 걸려도 좋으니 전부 조사해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은 위원장은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검사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모를까 아직은 지금보다 규제를 강화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는 지난 2월 사모펀드 상시 감독·검사를 강화하고 판매사와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증권사에 펀드 감시 기능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사모펀드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라임에 이어 잇따라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자 2014년 대폭 완화했던 규제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전수조사를 할 경우 그 결과가 사모펀드에 대한 정책기조를 바꿔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