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최근 급등했지만 증권사들은 올 하반기 주식시장에 대해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미·중 분쟁 가능성 등 리스크가 남아 있어 낙관만 하기는 힘들다는 게 국내 주요 증권사 의견이다. 코로나19 충격으로 140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두 달여 만에 2100선을 웃돌며 경기 회복 기대감을 선반영했지만 아직 다양한 부담 요소가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상반기 관심이 집중됐던 성장주와 실적 저점을 찍고 올라오는 종목들은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반기 증시, 비대면·성장주 쏠림 이어진다"
백신 없이 정상화 힘들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내놓은 하반기 시장 전망을 종합해 봤다. 증권사들은 많이 떨어지면 1700, 크게 오르면 2480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들은 대체로 하반기 증시 전망을 밝게 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경기가 빠르게 정상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세계 곳곳에서 2차 확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분쟁 재점화도 하반기 주요 악재로 꼽혔다. 이날도 피터 나바로 미 백악관 무역제조업 국장의 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합의를 파기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 국내 증시에서 일시적으로 매물이 쏟아지며 하락 전환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나바로 국장이 이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번복하면서 코스피지수는 상승 마감했다.

업종 간 차이 더 커져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경제가 V자 회복은 힘들더라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업종별 불균형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재확산 리스크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시장에 대해 낙관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하락 베팅보다는 기간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폭락했던 코스피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최근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지만 이는 주가 하락이 아니라 주당순이익 상승이 뒷받침되면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 실물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올라온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렇게 되면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이 코로나19의 직접적 혜택을 받는 소프트웨어나 비대면 플랫폼 관련 종목으로 계속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쏠림 현상의 장기화’라고 할 수 있다. SK증권은 하반기에도 성장주와 실적개선이 확실한 내수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효석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가, 금리, 물가 등이 크게 올라가기는 힘들다”며 “마땅한 투자처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주식이 가장 좋은 대안이고 성장성과 무형자산을 갖춘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안정적 실적주 정공법 필요”

다음달부터 기업들이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는 업종과 종목별로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을 것으로 증권사들은 보고 있다. 2분기는 코로나19의 충격이 온전히 반영되는 기간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75곳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4조700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8조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대면 관련주인 소프트웨어, 게임 업종 등은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동차, 철강, 여행 업종 등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실적 발표 전후로는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 있어 단기 변동성 확대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이미 예상된 이슈이기 때문에 실적 저점을 통과해 오히려 상승 전환이 기대되는 종목은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시장 컨센서스가 그대로 유지되면 기업 실적 전망치도 상향 조정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반도체, 정보기술(IT)가전 등은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실적 반등을 이루면서 국내 증시를 이끄는 ‘3대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불안정한 코로나19 국면이 이어지고 있지만 안정적인 실적주를 택하는 정공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에프앤가이드와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부터 내년까지 이익이 증가할 상위 16개 기업은 카카오, 엔씨소프트, 네이버, NHN,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삼성SDI, 유한양행, 삼성바이오로직스, 대웅제약, 셀트리온, 한국전력, 지역난방공사, LG화학, 포스코케미칼, SKC 등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