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권 신용등급을 받은 기업들이 역대 가장 낮은 이자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로 떨어뜨린 데 이어 얼어붙었던 회사채 수요가 차츰 되살아난 영향이다.

KT·KB증권 회사채 발행금리 '역대 최저'
22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인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이달 들어 KT와 KB증권은 각각 ‘AAA’와 ‘AA+’ 신용등급 기준 역대 최저 회사채 발행금리 기록을 갈아치웠다.

KT가 지난 17일 발행한 3년 만기 회사채 발행금리는 연 1.174%로 2012년 수요예측 제도가 시행된 이래 모든 회사채를 통틀어 가장 낮은 이자비용을 기록했다. 직전 최저 기록은 SK가스가 지난 3월 6일 발행한 회사채로 연 1.369%(3년물)였다.

앞서 KB증권은 11일 2년 만기 회사채를 연 1.449%에 찍었다. 지난 2월 삼성증권의 1.481%(3년물)의 기록을 깨고 ‘AA+’ 신용등급 최저 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 3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선언 이후 자취를 감췄던 회사채 투자 수요가 최근 되살아나면서 가장 우량한 회사채부터 발행금리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채권평가 4사에 따르면 AAA 공모 회사채 평균 금리는 최근 연 1.26%로 이달 들어 작년 9월 최저점(연 1.36%)을 깼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AAA 등급 신용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 금리의 차이)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급격한 투자심리 위축과 신용스프레드 확대를 경험했던 회사채시장이 단계적으로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의 2차 확산 공포가 수그러들면 채권시장의 온기는 AA+ 이하 회사채로도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윤 연구원은 “AA급 회사채 금리의 하락세가 뒤따르면서 7월까지 AA 이하 등급 회사채의 가격 강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0.75%포인트 인하했다.

작년까지 국내 회사채 역대 최저 발행금리는 SK루브리컨츠가 2019년 8월에 기록한 연 1.384%(3년물)였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