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 위협이라는 공포를 먹고 주가가 급등한 종목이 있다. 방위산업체인 빅텍이다. 주가 급등으로 지난달 말 1200억원대였던 시가총액이 지난 19일 3200억원대로 불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실적을 좌지우지할 주요 발주업체의 주가는 요지부동인 데 반해 빅텍에만 매수세가 몰리면서 ‘기획 부양’ 의혹을 받고 있다.

10거래일 만에 3배 뛴 빅텍…'방산 테마'의 진실은
빅텍 주가는 지난 19일 전날과 같은 1만1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전일 대비 27.4% 오른 1만4850원까지 치솟았다가 1만700원까지 떨어지며 하루 동안 35% 넘는 변동폭을 보였다. 빅텍은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우리 정부를 비판하면서 남북연락사무소 폐지를 언급할 때만 해도 별다른 주가 흐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김여정이 남북 간 연락망 차단 지시를 내린 다음날인 9일 전일 대비 18.93% 급등했다. 이때부터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15일, 17일, 18일 3거래일은 상한가를 쳤다. 8일 이후 19일 장중 최고가까지 주가 상승률은 244.94%에 이른다. 이 기간 개인은 빅텍을 3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북한과의 긴장이 커질 때마다 방산주들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이 빅텍 실적 개선세로 이어진 사례는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이 벌어진 2010년 빅텍의 영업이익은 30억원으로 전년(52억원)보다 오히려 42.3% 줄었다.

이듬해에는 3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 1분기에는 매출 117억원, 영업이익 3억원을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부진했다.

특히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주 주가가 별다른 흐름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 업체는 빅텍 실적을 좌우하는 주요 거래처로, 과거 방산주가 뜰 때마다 상승세를 나타냈던 종목이다. 지난해 빅텍 매출의 64%를 차지한 전자전 방향탐지장치는 방위사업청과 LIG넥스원에 주로 공급하는 제품이다. 매출의 24%를 차지하는 전원공급장치와 피아식별장치는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에 공급한다. 매출의 7%인 전술정보통신체계는 한화시스템에 주로 공급한다. 올해도 1분기까지 매출 비중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발주를 하는 밸류체인 상단 업체 주가는 요지부동인데, 하단 업체 주가만 급등했다는 얘기다. 일부 세력이 초반에 빅텍 주가를 의도적으로 부양한 뒤 개인투자자들에게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증권업계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소위 ‘리딩방’으로 불리는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빅텍 매수를 부추기는 글이나 조언이 북한과의 긴장이 높아진 직후 쏟아졌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