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구리 가격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구리를 원료로 쓰는 기업들의 주가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건설, 전기, 전자 등 산업 전반에 쓰이는 구리는 글로벌 수요 동향에 민감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시장은 경기 회복의 신호로 해석한다.

구리값 가파른 회복…들썩이는 풍산·쎄미시스코
18일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9월물 구리 선물가격은 파운드당 2.60달러로, 3월 저점(2.10달러) 대비 24.20% 상승했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구리 현물가격도 같은 기간 24.19% 오른 t당 5734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구리 가격은 올해 고점 대비 27% 하락했지만 4월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구리 최대 수입국인 중국을 비롯해 주요국에서 경제 재개 기대가 커짐에 따라 구리 수요가 늘고 있다.

구리는 전선·합금 등 산업 전반에서 쓰이기 때문에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로 불린다. 구리 수요가 살아나면서 이를 재가공하는 기업의 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풍산은 지난 1분기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해 적자전환했지만 구리 가격 회복으로 하반기엔 비철금속가공(동합금) 부문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구리 가격이 오르면 풍산이 생산해 판매하는 전기동(전선·배선에 사용하기 위해 정련한 구리) 등 제품 가격이 동반 상승해 재고평가이익으로 수익성이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등에서 총기와 탄약 수요가 늘면서 장기간 부진했던 방산 부문도 실적이 나아질 전망이다. 풍산은 이런 기대에 힘입어 3월 저점 대비 주가가 60% 이상 뛰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지난달 메탈메시 투명전극용 구리 소재를 개발한 쎄미시스코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쎄미시스코는 폴더블폰과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에 활용하는 인듐주석산화물(ITO) 투명전극을 대체할 수 있는 구리 소재를 개발했다는 소식에 5월 이후 주가가 50% 이상 급등했다.

구리 가공업체들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구산업, 대창, 서원 등 대표적인 구리 테마주들은 3월 저점 대비 60~80% 이상 주가가 상승했다.

구리값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UBS 등은 최근 중국에서의 빠른 수요 증가를 이유로 들며 구리 가격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