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공매도 금지 조치 만료를 앞두고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투자자와 순기능을 인정하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에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부분적 공매도 금지’를 절충안으로 제시했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8월에 공청회를 열어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와 제도 개선 방향 등을 놓고 투자자 및 금융투자업계와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위는 3월 16일부터 9월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모든 상장 종목의 공매도를 금지했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공매도의 시장 영향 및 바람직한 규제 방안’을 주제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연구용역에는 3월부터 시행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증시에 미친 영향과 제도 개선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용역 결과는 8월 공청회에서 공개된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이날 국회에 공매도 폐지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한투연은 “공매도의 97%가 외국인을 통해 이뤄지면서 한국 주식시장은 외국인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며 “공매도를 즉시 폐지하거나 금지기간을 일단 3개월 더 연장한 뒤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공매도 금지가 증시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8일 “공매도 금지 조치가 코스피지수를 약 9% 높이는 효과를 냈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매도가 재개되면 증시가 조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학계는 공매도 금지에 부정적이다. 한 전문가는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은 미국 증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회복했다”며 “공매도 금지가 지속될 경우 시장의 자율적인 가격 조정 기능을 왜곡시켜 심각한 버블(거품)을 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 효과에 대한 분석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주식시장 회복이 공매도 금지에 의한 것인지는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공매도 금지를 해제하더라도 제도 개선을 함께하고, 연장이 필요한지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등 당국 안팎에선 홍콩처럼 시가총액이 큰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홍콩은 애초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대형주만 풀어준 것이어서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며 “중소형주만 공매도를 금지할 경우 자칫 버블이 낀 종목을 개인투자자가 비싸게 사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