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중국’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았던 인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체질 개선을 못한 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인도 펀드 수익률은 올해 -19%대에 머물러 있다. 국내외 주요 주식형 펀드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애물단지' 전락한 인도 펀드…올들어 수익률 -19%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24개 인도 주식형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9.1%다. 국내 주식형 펀드(-8.5%)는 물론 베트남(-12.3%), 일본(-11.2%), 중국(0.0%), 북미(1.0%) 등 주요 해외 주식형 펀드와 비교해 최하위권이다. 브라질 펀드가 올해 -32.5%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설정액이 984억원에 불과하다. 인도 펀드는 5129억원 규모다.

2016년 말 3676억원이던 인도 펀드 설정액은 2018년 2월 7237억원으로 2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인도가 중국을 이어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2014년 취임한 나렌디아 모디 총리의 경제 개혁 정책과 맞물려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2014~2017년 4년 동안 중국 경제성장률을 웃돌았다. 인도 펀드 투자 수익도 2017년 한 해 동안 30% 넘게 났다.

하지만 고성장세는 이어지지 못했다. 2016년 8.3%였던 인도의 성장률은 2018년 6.1%로 뚝 떨어져 중국에 추월당했다. 작년엔 4.2%로 낮아져 중국(6.1%)과의 격차가 벌어졌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올해 성장률은 1.9%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었다”며 “모디 정부의 개혁 정책 성과가 미흡해 7~8%대 성장률로 돌아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경제는 취약한 국가 재정, 만성적인 부정·부패, 은행 시스템을 짓누르는 부실 채권 등이 성장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올해 인도 펀드 수익률은 지난 3월 -35.4%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손실을 복구하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인도 펀드 3년 수익률은 -13.5%로 장기투자자들도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진정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인도에선 아직 하루 1만 명 넘게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누적 확진자는 35만4065명으로 미국, 브라질,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기업 실적도 문제다. 니프티50지수 기업들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0% 줄었다. 2분기는 이보다 더 나쁠 전망이다. 서영재 KB증권 연구원은 “록다운 해제 이후에도 기업 이익 개선 속도가 더딜 것”이라며 “가파른 증시 반등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