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대기업 계열사들은 매년 그룹의 지주회사에 회사명을 쓰는 대가로 브랜드(상표권) 사용료를 낸다. 그런데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는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지주사를 대신해 계열사들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투증권은 지난해 한국투자금융지주 소속 5개 계열사로부터 11억900만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받았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이 4억9700만원으로 가장 많이 냈고 이어 한국투자캐피탈(2억9800만원), 한국투자신탁운용(2억5500만원) 순이었다.

한투증권이 지주 계열사들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는 2018년까지 브랜드 사용과 관련한 금전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기업명인 ‘한국투자’가 국가 명칭(한국)과 일반명사(투자)의 조합으로 구성돼 별도의 상표권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한투증권이 쓰고 있는 영업 슬로건인 ‘트루프렌드(truefriend)’를 브랜드 사용료 지급 대상으로 뒤늦게 올렸다. 한투증권은 2015년 트루프렌드 상표권을 등록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브랜드 사용료를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아니라 한투증권이 받는 건 트루프렌드 상표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트루프렌드 브랜드를 사용해 직접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투증권에 사용료를 내진 않았다.

한투증권과 달리 금융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대기업 계열사는 지주사에 브랜드 사용료를 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과 한화생명 등은 (주)한화에,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등은 미래에셋그룹에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