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은퇴를 앞둔 자산가를 위해 절세에 특화된 거치식 채권을 업계 최초로 출시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부담 때문에 채권 투자를 꺼리는 투자자를 위한 맞춤형 상품이다.

NH투자증권은 15일 현대캐피탈(신용등급 AA0) 10년 만기 거치식 채권을 출시한다. 투자자는 처음 5년 동안 이자를 받지 않고 원금만 거치하다가 5년 뒤부터 두 배의 이자(약 4.7%)를 몰아서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영화 ‘타짜’에서 나온 유행어인 “묻고 더블로 가”의 채권 투자 버전이다.

처음 5년간 이자 수익이 나오지 않도록 상품이 설계된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은퇴를 앞둔 자산가가 이자 수익 때문에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되거나, 과표 구간이 높아지는 것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NH투자증권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상품 구조를 바꿨다. 기관투자가가 아니라 개인투자자 눈높이에 맞춰 채권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은퇴를 5년 앞둔 대기업 임원 A씨는 연간 근로소득 1억5000만원, 금융소득 2000만원을 번다. 현재로선 투자 상품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 이자를 받아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어서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에 손에 쥐는 게 거의 없다. 하지만 이 상품에 투자해 5년간 이자를 받지 않으면 종합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 투자 6년차부터는 이자를 두 배로 받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되지만 이때부터는 근로소득이 없어 과세 규모가 크지 않다. NH투자증권은 A씨가 이 상품에 5억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했을 때 일반 채권에 투자했을 때와 비교해 10년간 내는 세금을 1373만원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재학 NH투자증권 상품솔루션본부장은 “은퇴를 앞두고 있으며 근로소득이 있어 당장 이자 수익이 필요하지 않은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며 “채권 금리가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 금리의 두 배를 고정으로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