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6월 잔액 470억달러…2월 이후 104억달러 급증
출렁이는 환율에 안전자산 우선…"환율 상관없이 매수 수요 꾸준"


은행팀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기가 흔들리고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가 예상되면서 우리나라 투자자들도 갈수록 달러화를 많이 사들여 은행에 쌓아두고 있다.

이미 국내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규모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30%나 불었다.
'믿을 건 달러뿐?'…코로나 후 시중은행 달러예금 30% 늘어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11일 기준으로 470억1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이전인 지난 2월 말 잔액(366억1천300만달러)보다 28% 늘어난 것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달러예금 잔액(449억9천만달러)도 작년 같은 시점(5월 말)과 비교해 29% 많다.

특히 3월 이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월 말 366억1천300만달러였던 달러예금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3월 말 432억2천만달러로 한 달 사이 66억달러나 뛰었다.

이후에도 4월(말 기준·440억5천만달러)과 5월(말 기준·449억9천만달러), 6월(11일 기준·470억100만달러)까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작년 동월 대비 증가율도 1월(-1.5%)과 2월(-5.5%)까지는 마이너스(-)였지만, 3월 이후로는 24.7∼32.1%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달러예금에 돈이 몰리는 것은 달러 자체의 가치 때문이다.

국제 기축통화인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불확실성이 클수록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다.

금리만 놓고 보면 달러 정기예금은 다른 상품과 다름없이 연 1%도 채 되지 않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안전자산인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환차익을 기대하고 돈이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믿을 건 달러뿐?'…코로나 후 시중은행 달러예금 30% 늘어
더구나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시기에는 차익 실현을 하는 달러 매도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 보니 단기적 환율과 변동과 크게 상관없이 달러 매수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연초 원/달러가 하루에 20∼30원씩 폭등할 때에도 일선 영업점에는 '지금이라도 달러를 사야 하느냐'는 문의가 많았다"고 전했다.

정성진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양재PB센터 팀장은 "올 초부터 한국 증시 상황이 불안하다 보니 원화보다는 일단 달러로 갖고 있자는 붐이 일었다"며 "달러 예금은 미국 국채나 회사채에 투자하기 위한 대기 자금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변동성이 높은 상황이다.

유학 등의 목적으로 환율이 낮을 때 달러를 확보하려는 실수요도 있지만, 자산 포트폴리오 분산을 위해 달러 매수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지리라는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변동성이 강할 때에는 매수·매도의 타이밍이 딱히 없기 때문에 환율과 크게 상관없이 달러 매수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