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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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주(株)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간 끝에 종가를 기준으로 사상 처음 '1만선 고지'를 돌파했다. 나스닥지수가 종가 기준 1만선을 넘은 것은 1971년 출범 이후 49년 만의 기록이다. 애플·MS·아마존·알파벳이 지수 상승을 견인했고, 미 중앙은행(Fed·연준)이 '제로금리'를 시사하면서 시장을 뒷받침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66.59포인트(0.67%) 오른 10,020.35에 장을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사흘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장중 한때 10,002.50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마감가를 기준으로 1만선에 안착한 것은 처음이다. 나스닥이 1971년 출범한 이후 49년 만의 기록이다. 지난해 12월 말 9000선을 돌파한 이후로는 반년 만에 1000포인트 단위 올라섰다.

초대형 블루칩 그룹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82.31포인트(1.04%) 하락한 26,989.99에, 뉴욕증시 전반을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7.04포인트(0.53%) 내린 3,190.14에 각각 마감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및 미 금융시장의 '유동성'이라는 비슷한 환경을 놓고서도 업종별 차별화가 이뤄진 셈이다.

나스닥지수의 '나홀로 랠리'를 이끈 주역은 '마가'(MAGA)'로 불리는 초대형 IT 종목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애플의 알파벳 앞글자를 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를 패러디한 말이다.

'시가총액 빅3'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은 1~3%대 급등하면서 나란히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9.0% 폭등하면서 처음으로 1000달러를 넘어섰다.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 IT기술이 더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잇따르면서 이들 기업 주식을 미리 사놓으려는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준의 '제로금리' 시사 메세지도 한 몫 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0.00~0.25%에서 동결하면서 상당 기간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보면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올해 말과 내년 말, 2022년 말 모두 0.1%를 기록했다. 내년 말까지 금리 인상을 예상한 FOMC 위원은 없었다.

점도표는 연준의 공식 입장이 아니지만 FOMC 위원들의 예상을 취합한 전망치다. 상당 기간 현 0.00~0.25%의 제로금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셈이다. 연준의 풍부한 유동성 공급이 '포스트 코로나'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나스닥지수에 그 수혜가 집중됐다.

반면 나스닥의 '독주'가 실물경제 침체 상황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아메리카에어라인, 유나이티드에어라인, 제트블루 등 항공주들은 8% 넘게 밀렸다. 웰스파고는 거의 9% 급락했고 씨티그룹과 JP모간체이스는 6.1%, 4.1% 주저 앉았다.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가 6.5%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민간 연구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도 미국 경제가 이미 지난 2월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나스닥지수가 지난 3월 23일 장중 저점(6631.42)을 찍고 50% 이상 급등한 흐름과는 비교되는 것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