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월 통화량 증가율 10년 만에 최대
부동산 '강보합'·주식 '갑론을박'·육류 '하락' 전망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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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시중 유동성이 시장 가격을 전방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주춤했던 아파트 가격과 주가지수가 반등을 이어가고 원자재, 육류, 채소, 생선 등의 도소매 가격까지 치솟고 있다. 증시에서만 두달 사이 거래 대금이 200조원 가량 늘어나는 등 뭉칫돈이 자산 가격을 올리는 양상이다. "월급만 뺴고는 다 오른다"는 자조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실물 경기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동성에 기댄 장세가 전방위로 이어지다보니 최근엔 단기 버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아파트부터 배추까지…돈 풀리자 다 오르는 가격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4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자료를 보면 현금과 요구불예금,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수익증권 등 통화량(M2·말잔)은 4월 말 기준 3011조4312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3.4%(97조8216억원) 증가했다. 3000조원이 넘는 유동성이 시중에 풀려있는 것이다. 역대 1~4월 증가율 기준으로 2010년(3.4%) 후 10년 만에 최고치다.

시중에 통화량이 늘어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올 들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0.5%로 낮춘 데 따른 것이다.

시중에 넘치는 돈은 자산 시장으로 흘러가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하락을 멈추고 반등하는 서울 아파트값이 대표적다. 전날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00%로 보합 전환했다. 지난 3월 5주 연속 하락 이후 9주 만이다.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대치동 등 강남권 아파드들은 호가가 수천만원씩 올랐고, 정부가 9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출 규제를 가하면서 중저가 아파트 가격도 상승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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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도 연일 매수세가 밀려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까지 8거래일 연속으로 상승했다. 지난 3월19일 1457.64(종가 기준)로 올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이후 3개월 만에 50% 넘게 폭등했다. 거래대금은 폭증세다. 올 1월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시장의 거래대금은 237조6717억원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3월에는 406조8972억원으로 400조원을 넘어서더니, 4월에는 415조6655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지난달 3월18일 온스당 1483.1달러에 장을 마쳤던 국제 금값은 4월14일 온스당 1769.4달러까지 치솟으며 불과 한 달 여 만에 19.3% 치솟았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수요 감소 우려에 4월27일 배럴당 23.84달러까지 하락한 이후 지난 8일 배럴당 38.65달러까지 회복했다.

소비자 물가 하락에도 생필품은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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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과 밀접한 육류, 생선, 채소 등의 가격도 올랐다. 전날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육류는 전체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상승했다. 돼지고기는 12.2% 올랐고 국산 쇠고기는 6.6% 뛰었다. 소시지도 6% 넘게 상승했다. 고등어(16.4%), 명태(3.2%), 갈치(10.7%) 등이 올라 어류 및 수산도 6.8% 상승했고, 배추(102.1%), 양배추(94.7%) 등이 큰 폭으로 뛰면서 채소 및 해조도 9.1% 올랐다.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이는 저유가와 교통비, 통신비 등 서비스 물가 하락의 영향이다. 같은 기간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는 2.4%, 의류 신발은 0.8% 오르는 등 생필품 물가는 오히려 상승 폭이 더 커졌다. 4월까지 마이너스를 이어가던 가정용품 물가도 지난달 급반등했다.

◆부동산 '더 간다'·주식 '갑론을박'·고기 값 '불안'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가 강화되고 정부도 재정 확장 정책을 공격적으로 이어가는 만큼 당분간 자산 시장의 유동성 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서울 아파트 값은 당분간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강남권과 중저가 아파트 등 수요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강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규모 추경 현실화, 미국 통화정책회의(FOMC) 결과에 따른 국내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 자금이 더 풀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 2월 수준으로 거래량이 회복된다면 강보합을 뛰어넘는 상승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 시장은 단기에 'V'자 급반등 양상을 보이고 있어 추가 상승세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5.08배다. 2002년 7월18일(25.31배) 이후 약 17년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코스피가 2002년 7월 이후 실적에 비해 가장 많이 오른 상태라는 뜻이다.

유승민 삼성증권(29,800 -0.50%) 투자전략팀장은 "주가는 지난 2월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코스피 실적 전망치는 하향 조정돼 PER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코스피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지났다는 점, 각국의 대규모 부양책 등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11,500 +6.48%) 연구원은 "미국과 독일 등의 경기부양책을 필두로 한 유동성 살포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진행, 각국이 내놓은 특단의 정책 대응 등이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상승 탄력은 줄어도 추가 상승 여력은 있다”라고 했다.

한우와 돼지고기 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이 바닥을 드러내는 하반기에는 소비절벽으로 가격이 폭락할 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한우의 경우 사육 마릿수가 올해 말에 317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예측돼, 한우 공급과잉이 예상된다. 돼지고기 역시 공급이 평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홍식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과장은 "한우·돼지고기 모두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출하시기가 빨리 돌아오는 돼지는 하반기부터, 시기가 돼지보다는 느린 한우의 경우 내년 초부터 급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이송렬/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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