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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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앞둔 투자자들 사이에서 현금흐름이 꾸준히 발생하는 인컴형 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저금리로 인해 은행 예금에만 돈을 넣어둬선 노후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가 자산 증식엔 유리하지만 은퇴를 얼마 안 남겨둔 시점에선 손실 위험을 줄이고 싶은 게 이들 투자자의 마음이다. 인컴형 자산은 채권, 리츠(REITs: 부동산 투자회사), 고배당 주식 등을 말하며,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 수익보다 안정적인 이자·배당 소득을 추구한다. 전문가들은 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연 3~5%를 목표 수익률로 잡고 다양한 글로벌 인컴 자산에 분산 투자 하는 게 좋은 노후 자산 관리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금리에 비상 걸린 노후 자금

노후에 현금 따박따박…年 3~5% 수익 채권·리츠·배당株 뜬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28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5%로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자 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에 나선 것이다. 1년 새 기준금리가 1.25%포인트 급락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은퇴자나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다.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은행 예금 등 시중금리도 동반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취급액 기준 1년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 4월 연 1.34%로 한 해 전 1.99%에서 미끄러져 내렸다. 은행에 3억원을 넣어두어도 1년 이자가 402만원에 그친다는 뜻이다. 국내 연금 상품도 대부분 금리와 연동된 원금 보장형 상품에 들어 있어 노후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더라도 고령화로 인한 구조적인 저성장과 저금리를 피하기 힘든 만큼 전문가들은 더 적극적으로 노후 대비 자금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 가운데서 요즘 뜨는 게 인컴형 자산 투자다. 윤재홍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주식컨설팅팀 매니저는 “일해서 버는 소득, 국가로부터 받는 연금만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 인컴형 자산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일반 투자 자산은 노후 생활비를 위해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해야 하지만 인컴형 자산은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바로 노후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리츠 등 인컴형 자산 부각

대표적인 인컴형 자산은 채권이다. 채권은 발행할 때부터 앞으로 받게 될 이자와 원금이 정해져 있어 미래 현금을 가장 예측하기 쉽다. 물론 채권도 가격이 오르거나 내려 자본 손익이 발생하지만 만기까지 보유한다면 가격 변동은 신경 쓸 필요 없다. 전문가들은 인컴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 채권에 투자한다면 국내 채권보다 해외 채권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국내 채권은 대부분 국고채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는데, 현재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연 1.4%대로 낮아 충분한 이자 소득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은 “신흥국 국채나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은 한국 국고채보다 금리가 높다”며 “그만큼 변동성은 크지만 중·장기로 투자한다면 편입을 고려해 볼만 한다”고 말했다. 직접 투자가 쉽지 않은 만큼 채권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로 투자하는 게 좋다.
노후에 현금 따박따박…年 3~5% 수익 채권·리츠·배당株 뜬다
임대 수익을 얻을 있는 부동산도 인컴형 자산에 속한다. 부동산은 국내 투자자에게 친숙한 투자 대상이지만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일부 핵심 상권을 제외하고는 국내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하락세이기 때문이다. 주거용 부동산에 투자해 안정적으로 월세를 받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럴 때 대안이 되는 게 부동산 펀드나 리츠, 인프라 펀드다. 직접 투자를 하지 않고 펀드를 통해 부동산 임대 수익이나 고속도로 통행료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김은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특히 리츠는 주식시장에서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고, 부동산 임대 수익 등 발생 수익의 90% 이상을 배당으로 받을 수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며 “국내 리츠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해외로 시야를 넓히면 투자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이자·배당 소득 재투자로 복리 효과

고배당 주식도 빼놓을 수 없는 인컴형 자산이다. 국내 상장사들도 최근 배당을 늘리는 추세다. 덕분에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이 은행 정기예금 금리를 웃도는 배당주가 많아지고 있다. 배당주도 해외로 눈을 돌리면 투자 기회가 더 많아진다.

다만 배당주도 주식인 만큼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 윤재홍 매니저는 “배당주에 투자할 땐 꾸준하게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인지, 무리하게 배당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고배당의 함정’이 있다. 배당 성향(배당금/순이익)이 100%를 넘어 수익보다 많은 금액을 배당으로 지급하는 종목이다. 이런 고배당은 지속하기 어렵다.

박영호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센터장은 “인컴형 자산의 또 다른 장점은 이자나 배당 소득을 재투자해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인컴형 자산으로 중위험·중수익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면 초저금리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