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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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V'자 급반등을 보이고 있다. 다만 증시의 주요 수급 주체인 외국인 투자자는 여전히 '팔자'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로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한다.

◆ 유로화 강세가 이끈 약(弱)달러

8일(한국시간) 오전 10시27분 현재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6.87을 기록하고 있다. 올 3월 102.99까지 치솟았던 달러인덱스는 상승폭을 되돌리고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달러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달러와 반대 위치에 있는 유로화의 강세가 우선적인 요인이다. 같은 시간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1.129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에는 1.1338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유로화 가치가 크게 오르기도 했다.

유로화가 강세를 보인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회복 기대감 때문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6월 경제 전망에서 올해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8.7%로 지난 3월 대비 9.5%포인트 내려 잡았다. 이어 통화정책회의에서 7500억유로 규모의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1조3500억유로로 확대했다. 당초 연말까지 시행하려던 기한도 내년 6월까지로 늘렸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ECB의 금융완화는 이론적으로만 보면 '돈 풀기'이기 때문에 유로화 약세요인"이라면서도 "돈을 푼 데 따른 경기회복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유로화 가치를 끌어올렸다"라고 설명했다.

◆ 코로나19 우려 완화에 달러 약세

달러 가치도 자체적으로 약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안전자산인 달러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달러 가치는 급격하게 치솟았다.

하지만 미국의 5월 고용이 회복되는 등 경제지표에서 코로나19를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가 발생 중이다. 코로나19로 불거진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도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 당시와 같이 심화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하고, 코로나19 사태 완화로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이 순매수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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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 1200원 밑이면 외국인 귀환

원화 가치가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외국인이 주식시장에 돌아오게 하는 요인이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고점을 찍고 내려올 때가 투자하기 가장 좋은 시점이다. 주가 상승이라는 자본이득과 환율 하락이라는 수혜를 동시에 입을 수 있어서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 방향성과 달러의 정점 통과 등을 감안하면 글로벌 자금 흐름은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라며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하향 돌파하면 외국인이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귀환은 아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에도 국내 상장 주식 4조620억원을 순매도했다. 넉 달째 한국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1조8000억원 순매도로 가장 많이 팔았고, 영국 7000억원, 케이맨제도 6000억원 등의 순으로 순매도 규모가 컸다.

이날도 오전 10시58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1509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송렬/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