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헤지펀드들 미국, 유럽 증시에서 '숏' 포지션
"연내 주식 시장 하락 다시 나타날 것"
글로벌 헤지펀드 업계가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주식시장의 하락에 적극 베팅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패닉 이후 증시가 급속도로 회복됐지만, 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을 감안해도 실물 경제 여건에 비해 주가 반등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이유에서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3월 저점 이후 급반등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며 "연내 주식시장 하락이 다시 나타날 것으로 보고 대응 준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최근 이 회사와 거래하는 헤지펀드들은 유로스톡스50 선물에 대해 400억달러 숏(매도) 포지션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JP모간 역시 글로벌 매크로 헤지펀드들이 미국 등 주요국 주식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헤지펀드 파사나라캐피탈은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을 70%로 늘렸고, 풋옵션 등 파생 거래를 통해 주식시장 하락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싱가포르 헤지펀드 다이먼아시아캐피탈 역시 주요국 주가지수를 비롯해 호주 달러화와 한국 원화 등 신흥시장 통화가치 하락을 염두에 두고 풋옵션을 매수하고 있다. 대니 영 다이먼아시아캐피탈 창립자는 "현재 시장은 완벽한 경제 상황을 가정하고 주가가 형성돼 있다"며 "시장이 세계적인 고용 절벽, 기업 실적 악화, 디폴트 가능성 등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폴 싱어 회장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띄운 서한에서 "코로나19발 경기 침체 영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보다 더 크다"며 "글로벌 주식시장이 2월 고점 대비 50% 이상 빠지는 폭락장이 다시 올 것 같다"고 경고했다. 엘리엇은 지난 1분기 주식과 신용거래를 통해 공격적인 헤지 전략으로 차익을 냈지만, 최근엔 시장 하락을 예상하며 방어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헤지펀드들이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에도 주가 강세가 꺾일 것으로 보는 이유는 주요국의 고용, 성장률 등 경제지표가 2분기에 크게 악화될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도 주식시장만 호황이기 때문이다. 뉴욕증시의 S&P지수는 3월 저점 대비 40% 폭등해 연초 수준에 근접했고, 12개월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22배가 넘는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주가지수를 따르는 상장지수펀드(ETF)도 갑작스런 하락장이 오면 투매가 일어나 유동성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코스피지수도 3월 저점 대비 50% 가량 상승하며 연초 고점인 2200선에 근접해가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지수 급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진 않지만, 코로나19 이전까지 올라선 만큼 향후 상승 동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관측하는 분위기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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