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株 등 손절매로 60조 까먹어
벅셔해서웨이 사상 최대 손실
'가치투자 귀재' 버핏마저 코로나에 '백기'

가치투자의 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은 이 분야 귀재로 꼽히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이다. 버핏 회장은 최근 보유하고 있던 미국 항공주와 에너지주, 금융주 등을 대량 매도해 주주는 물론 주식 투자자들까지 놀라게 했다. 벅셔해서웨이는 코로나19 사태로 투자한 종목들이 고전하면서 지난 1분기 479억달러(약 60조원)의 순손실을 냈다. 회사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의 손실이다.

버핏 회장은 까다로운 선별 과정을 통해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기업 주식을 사들인 뒤 좀처럼 팔지 않고 장기 보유하는 가치투자 방식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회장이 사고파는 주식 하나하나가 관심 대상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앞에서는 버핏 회장 역시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의 공격은 가치주에 장기 투자한다는 그의 투자 원칙까지 바꿨다.

'가치투자 귀재' 버핏마저 코로나에 '백기'

그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만 해도 항공사 주식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그의 회사인 벅셔해서웨이는 코로나19로 항공사 피해가 본격화한 지난 2월 말 델타항공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며 가치투자를 거론했다. 버핏 회장은 3월에도 항공주를 매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국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손절매를 택했다. 그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내가 가치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고 인정했다.

벅셔해서웨이 주가 움직임도 2000년대 초반 황금기 이후 주요 주가지수 상승률에 못 미치고 있다. 회사 주가는 1979년부터 2008년 10월까지 매년 S&P500지수 대비 평균 12.6% 웃돌았다. 누적으로 따지면 3000% 오른 셈이다. 그러나 2009년 이후 약 10년간 벅셔해서웨이 주가를 살펴보면 S&P500지수를 밑도는 성적을 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0년 전 벅셔해서웨이에 투자된 1달러가 2.4달러가 됐지만, S&P500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의 1달러는 3.2달러가 됐다”고 지적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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