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 펀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촉발된 뒤 국내 소부장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성장성이 뛰어난 기업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한국성장금융은 올해 초부터 소부장 전용 프로젝트 펀드 출자사업에 착수한 이래 3일까지 세 곳의 기업에 약 260억원을 투자했다. 출자사업에 지원한 수십여 곳의 위탁운용사(GP) 중 세 곳을 선별한 뒤 이들이 결성한 프로젝트 펀드에 핵심 출자자로 참여했다. 출자펀드 전체 및 공동투자자로 참여한 거래까지 합하면 투자 규모는 1600억원에 이른다.

첫 투자는 항공기 부품 업체 율곡에 150억원을 투입하면서 이뤄졌다. 율곡은 항공기의 기계가공 부품, 날개부분 제조 및 조립에 특화돼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주요 협력 업체로,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등 대형 민항기 제조업체에도 핵심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성장금융은 JKL파트너스·WJ PE 컨소시엄이 약 1000억원 규모로 율곡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핵심 출자자로 나섰다. 신생 PE인 WJ PE가 결성한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150억원을 출자해준 것이다. WJ PE 관계자는 “율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일시적 위기를 맞았지만 꾸준한 기술투자를 해온 만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투자 건은 50억원을 투자한 2차전지 양극재 기업 에스엠랩(SMLAB)이다. 에스엠랩은 세계 최초로 단결정 구조의 양극재 소재를 양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성장금융은 한국투자파트너스 내 PE 부문이 100억원 규모로 조성한 프로젝트 펀드에 절반인 50억원을 출자했다. 에스엠랩이 한국투자파트너스를 비롯한 투자자로부터 유치한 전체 자금은 520억원 규모다. 한국투자파트너스 관계자는 “이번 자금은 양극재의 본격 양산을 앞두고 대규모 설비 투자 자금으로 활용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장금융은 또 국내의 한 금속 검사 장비 업체에도 50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신생 PE가 조성하는 프로젝트 펀드에 핵심 출자자로 나섰다.

성장금융이 소부장 기업 투자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소부장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차원이다. 이를 위해 성장금융은 전략적 투자 활성화를 위해 지분 투자 팀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성장금융은 1000억원의 투자금을 신속하게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미·중 무역전쟁 및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투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적시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개별 프로젝트 펀드당 전체 투자금의 50% 이내인 최대 300억원까지 출자해준다. 최우선 선정 조건은 투자자금이 소부장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지 여부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