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급등한 삼성전자가 시장을 이끈 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87% 오른 2147.00에 거래를 마쳤다. 시중에 풀려 있는 막대한 유동성과 주식시장에 대한 낙관 등이 장을 지배한 날이었다. 사진은 장 마감 직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6% 급등한 삼성전자가 시장을 이끈 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87% 오른 2147.00에 거래를 마쳤다. 시중에 풀려 있는 막대한 유동성과 주식시장에 대한 낙관 등이 장을 지배한 날이었다. 사진은 장 마감 직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많은 사람이 불안해했다. 1400선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1600, 1800, 2000을 뚫고 올라왔을 때도 편치 않았다. ‘조정’이라는 단어가 계속 나왔다. 그럴만 했다. 시장을 흔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는 나오지 않았고, 세계 경제 전망에서 ‘성장’이란 말은 사라졌다. 2000선을 끌어올린 개미들의 분투도 힘겹게 느껴졌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주가는 가볍게 2100선을 넘어, 2150선을 터치했다.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에 갈 곳 없는 돈이 주식시장으로 향했고, 주가를 밑으로 잡아당기던 외국인도 매수로 돌아섰다. 삼성전자가 주가를 밀어올리자 낙관이 지배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진전, 각국의 경제활동 재개는 낙관에 힘을 더했다.

기준금리 낮추자 주식 쏠림현상 가속화

코스피지수는 3일 2147.00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2100선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기 시작한 지난 2월 25일 후 처음이다. 시장이 코로나19 공포를 떨쳐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주가 상승의 일등 공신은 삼성전자였다. 전날보다 6% 넘게 오르며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SK하이닉스도 뒤를 받쳤다. 2000선까지 주도주 역할을 한 바이오주와 언택트주(카카오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에 이어 삼성전자가 그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종목 대부분이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어 조선·철강 등 전통산업까지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수혜업종에서 피해업종으로 주가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돈의 힘

이는 결국 돈의 힘이었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낮추자 투자자는 주식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4월 말 42조7000억원 수준에서 이달 초 약 44조3000억원까지 늘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인 제로금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지난달에만 4대 시중은행 정기예금에서 8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마이너스 금리시대에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헤지 수단으로서 주식만 한 것이 없다는 심리가 작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팔자’ 행진도 끝나가는 분위기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6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3월 둘째주 한 주에만 5조원 넘게 순매도하던 외국인은 5월 마지막 주 매도 금액을 5000억원 밑으로 줄였다.

여기에 기대감이 더해졌다. 미국 등에서 경제활동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 코로나19 치료제 또는 백신 개발이 진전되고 있다는 희망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실물 경제와 주가는 괴리가 크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수급이 재료에 앞선다’는 시장의 격언대로다.

“경제 재개 기대·환율도 우호적”

일부 전문가는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최근 발표된 지난달 미국의 제조업 및 서비스업 지표들이 저점을 통과했다. 가장 이르게 봉쇄가 해제된 중국은 자동차 판매, 스마트폰 출하량 등이 개선되고 있다. 지난 1~2월 마이너스로 돌아섰던 산업생산증가율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넘어선 것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기민감주가 주도한 것”이라며 “경제활동 재개 기대로 2분기 경제 지표가 발표되는 7~8월까지 상승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국 주식이 다른 신흥국 주식에 비해 인기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과거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1년간 그 흐름이 이어졌다”며 “쉬지 않고 오르고 있는 주가가 단기 조정은 이뤄지겠지만 외국인이 돌아오고 있다는 것과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은 상당히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안전자산을 선호하던 외국 기관들이 경제 재개 기대에 신흥시장(이머징 마켓) 가운데 가장 우량한 한국을 다시 찾고 있다”며 “환율도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로금리 뭉칫돈'에 낙관론 확산…역성장 공포 뚫고 거침없는 랠리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