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사는 것보다 파는 것이 어렵고 중요하다.’ 주식투자를 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하는 증시 격언이다. 그래서 ‘매수는 최대한 신중하게, 매도는 과감하게 하라’는 조언도 생겨났다. 주식시장 반등으로 익절매(매수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매도)를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수익만 좇는 무모함에 '투자'가 '투기' 된다
투자자 A씨도 매도 결정이 고민스럽다. 손해 보고 팔아야 하는 손절매가 아닌 게 다행이지만 손절매 못지않게 결정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말 매수한 종목이 코로나19 사태로 잠깐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다가 20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투자를 시작할 땐 적어도 1년 이상 지켜보겠다고 작정했지만 투자금이 세 배로 불어나자 수익확정에 대한 조바심이 난다. 다른 한편으론 ‘이거 좀 더 갈 거 같은데 지금이라도 더 사야 하나’라는 추매(추가매수) 고민까지 겹쳐 생각이 더 복잡해진다.

익절매와 추매를 놓고 고민 중인 A씨. 주식 격언이 눈에 들어온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기회가 주어질 때는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가 추매에 힘을 싣는다. 여기에 ‘신고가는 본격적인 상승 신호다. 따라붙어라’가 망설이는 그의 추매 결정을 재촉한다. A씨의 종목이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어서다. 어디 그뿐인가.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미인주를 노려라’, ‘꿈이 있는 주식이 가장 크게 오른다’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종목을 가리키고 있다.

이렇게 추매 쪽으로 기울다가도 익절매를 지지하는 격언들에 마음을 뺏긴다. ‘수익이 나면 그것을 지켜야 최종승자다’, ‘성공에 대한 낙관적 기대보다는 실패를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가 욕심부리지 말라고 한다. 이런 점잖은 조언이 아니라 때를 놓치지 말라는 경고성 격언은 불안감을 파고든다. ‘시세가 천장에 머무는 시간은 짧기 때문에 머뭇거리다 팔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천장에서 파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자신이 팔고 나서 더 오르는 게 정상이다’는 익절매 뒤 혹시 모를 후회까지 미리 다독여준다.

A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래 투자 결과를 알기 어려우니 익절매와 추매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다만 그 선택과 관련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는 게 좋다. ‘내가 하는 게 투자인가, 투기인가’이다. 투기는 투자에 비해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가 투기와 투자를 가르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래서 몇 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먼저, 수익 말고 손실이 났을 때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를 돌아본 뒤에 한다면 투자에 해당할 수 있다. 수익만 좇는 무모함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는 말 그대로 큰 손실의 가능성까지 포함돼 있다. 두 번째는 투자 기간이다. 한두 달 안에 성과를 내려고 덤빈다면 투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주식투자는 여유자금으로 하라’는 조언도 이 때문이다.

세 번째는 투자 비율이다. 자신의 재산 중에서 투자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투기에 가까워진다. 이 비율이 극단적으로 커지면 투기를 넘어 도박으로 봐야 한다. 네 번째는 투자에 사용하는 방법이다. 급등주, 급락주, 기업내부 정보, 비공개 개발 정보 등에 의존하면 투기가 되기 쉽다. ‘원칙과 규정을 다 지키면서 돈 벌긴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바로 그래서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부른다.

수익만 좇는 무모함에 '투자'가 '투기' 된다
주식 격언 중 상당수는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된 많은 사람의 지혜를 담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고민을 속 시원하게 풀어 줄 만능해결사 같은 격언은 없다. 가능한 한 욕심을 자제하고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면서 합리적 수준의 수익을 추구하는 자세가 정답에 가깝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