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회계전문심의기구인 감리위원회가 KT&G의 회계처리기준 위반이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결론 지었다. 고의적인 위법행위로 보고 중징계를 요청했던 금융감독원과는 다른 판단이다. 감리위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등이 최종 결론을 내기까지는 1~2개월 이상 더 걸릴 전망이다.

"KT&G 회계 위반, 고의 분식 아니다"
29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감리위는 전날 밤 열린 제7차 정례회의에서 KT&G가 인도네시아 계열사인 트리삭티의 주요 재무상황을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하는 등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것을 두고 고의성이 없는 결정이었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제재 수위도 중과실 또는 과실 수준이 적합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KT&G는 2011년 인수한 트리삭티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이 없음에도 이 회사 재무상황을 고의로 연결재무제표에 포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중동 담배업체인 알로코자이와의 계약과 관련한 충당부채를 실제보다 적게 쌓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금감원은 이를 고의적 분식회계로 판단하고 지난 3월 KT&G에 검찰 통보와 임원 해임 권고 등을 포함한 중징계 조치를 사전 통지했다.

그러나 감리위는 KT&G의 고의성을 입증할 정황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KT&G가 이 같은 회계처리 방식을 택하지 않으면 큰 타격을 받을 만큼 중대한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KT&G의 회계처리기준 위반금액은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가 지난 1분기 거둔 영업이익(3150억원)보다 적다.

감리위가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면서 KT&G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다만 최종 징계 수위가 어떻게 나올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금융위 산하 증선위는 금감원의 감리 내용과 감리위의 심의 결과를 참고해 KT&G에 대한 제재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제재 결정 과정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의 연결기준서 회계처리를 둘러싼 논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분율뿐 아니라 실질 지배력을 연결기준서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보는 의견이 늘면서 회계처리기준 위반을 두고 이견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