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기업공개(IPO) 작업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연내 상장이 목표로 예상 시가총액은 약 2조원이다.

BTS 거느린 빅히트엔터, 상장 예심 청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28일 한국거래소(KRX)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다른 연예기획사들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것과 달리 빅히트는 유가증권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KRX는 약 2개월 동안 청구서를 검토한 뒤 심사 결과를 발표한다. 심사에 통과한 기업은 6개월 내 상장해야 한다. 빅히트가 7월 말 예비심사 승인을 받을 경우 내년 1월까지 증시에 입성해야 한다. 회사 측은 연내 상장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다.

BTS 거느린 빅히트엔터, 상장 예심 청구
IPO 준비 과정에서 빅히트는 몸값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3월 경영진을 개편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체질 개선 작업도 시작했다. 지난 25일에는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인수했다. 외형을 키우고 BTS 의존율이 높은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려는 시도다. 플레디스 인수로 빅히트는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올라섰다. 플레디스는 그룹 뉴이스트, 세븐틴 등을 보유한 중견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지난해 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 5872억원의 매출을 올린 빅히트와 합치면 약 6700억원 규모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매출(6578억원)을 넘어선다. SM과 함께 업계 빅3로 꼽혔던 YG엔터(2645억원), JYP엔터(1544억원)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업계의 독보적인 1위다. 지난해 9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SM, YG, JYP 3사의 이익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빅히트는 글로벌 스타로 도약한 BTS의 잠재적 가치가 크고 K팝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월 빅히트의 상장 주관사 입찰 당시 증권사가 제시한 회사의 기업 가치는 6조원이다.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몸값이 치솟았다.

다만 증권사들이 상장 주관사 자리를 따내기 위해 기업 가치를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빅히트는 BTS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수익 기반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BTS 멤버들의 병역 문제나 이탈 등으로 공백이 발생할 경우 중대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BTS의 해외 콘서트 일정이 취소되면서 올 상반기 실적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빅히트는 제2의 BTS를 키우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약점을 보완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민희진 SM엔터테인먼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최고브랜드책임자(CBO)로 영입하고 걸그룹을 육성하고 있다. 올해는 전인천 ADT캡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스카우트했고, 3월 박지원 전 넥슨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최고경영자(CEO)에 임명하는 등 진용을 정비했다.

증권가는 BTS가 상장할 경우 시가총액이 2조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 순이익 724억원에 주가수익비율(PER) 30배를 적용하면 2조원 초반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BTS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2조~3조원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빅히트는 연예기획사가 조(兆) 단위 시총을 기록하는 유례없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이우상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