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제조사 내츄럴엔도텍은 한때 시가총액 1조7000억원이 넘는 회사였다. 아파트 주민들이 단체로 구입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백수오 제품은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2015년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위기에 빠졌다.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다.

이 회사가 새 주인을 찾았다. 약을 담는 캡슐 제조업체 서흥이 내츄럴엔도텍을 인수하겠다고 28일 발표했다. 서흥은 2010년대 들어 회사 성장을 이끌어온 건강기능식품 부문 강화를 위해 내츄럴엔도텍을 인수키로 했다. 서흥은 내츄럴엔도텍 우선 전환사채(CB) 200억원어치를 취득한다. 이어 7월 발행 예정인 40억원 규모의 CB도 인수한다. 또 경영권 프리미엄 70억원을 현 대주주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총 310억원을 투입한다. 서흥은 기존에 내츄럴엔도텍 지분 5.43%를 보유하고 있어 CB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내츄럴엔도텍 지분 약 30%를 확보한다.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서흥은 28일 약세장에서도 1.79% 오른 5만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서흥이 내츄럴엔도텍 인수를 결정한 것은 건강기능식품 관련 기술 때문이다. 서흥은 국내 알약 캡슐 시장 95%를 점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뛰어들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지난해 건강기능식품에서 1749억원의 매출이 발생해 하드캡슐(1671억원)을 처음으로 뛰어넘었다. 정홍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서흥은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진출한 이후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12.2%에 달하는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과거 서흥의 건강기능식품 부문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분야에 집중했다. 하지만 내츄럴엔도텍의 기술력을 활용해 보다 수익성이 높은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및 자체 브랜드 강화에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서흥 관계자는 “내츄럴엔도텍의 여성호르몬 보조용 건강기능식품 원천기술 및 다양한 천연물의 기능성 성분에 대한 연구개발 노하우를 습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기에 빠진 내츄럴엔도텍도 서흥을 통해 부활을 도모한다. 서흥은 공시를 통해 “서흥과의 협업을 통해 내츄럴엔도텍 제품 및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할 것”이라며 “여기에 서흥이 보유한 유통망을 통해 고객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내츄럴엔도텍은 영업손실이 5년 연속 이어져 상장폐지 대상에 올라 있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