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주보다 현격히 주가가 낮은 우선주가 속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상황은 우선주 투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이 정상화되면 괴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의결권이 필요한 투자자가 아니라면 배당을 더 받을 수 있는 우선주를 싼값에 사는 것도 좋은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외국인 매도에 커진 우선주 저평가

극심한 '우선주 저평가'…더 커진 배당 매력
LG생활건강은 한국에서 가장 비싼 주식이다. 28일 종가 기준으로 주당 138만5000원이다. 반면 우선주는 71만원에 불과하다. 보통주보다 67만5000원 싸다. 괴리율은 95.1%에 이른다. 괴리율이 높을수록 우선주 가격이 보통주에 비해 낮다는 의미다. 우선주 주가가 보통주보다 현저히 낮아야 할 이유는 없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을 조금 더 주는 주식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선주는 거래량이 적고 의결권이 없어 보통주보다 할인돼 거래되곤 한다”며 “그래도 한국의 보통주 대비 우선주 괴리율은 세계적으로 큰 편”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보통주와 우선주 괴리율이 3.5%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알파벳(구글 지주회사)도 보통주인 알파벳A가 1420.28달러(27일 기준), 우선주인 알파벳C가 1417.84달러로 괴리율이 0.2%에 그치고 있다.

안 그래도 컸던 우선주 괴리율은 올 들어 더 확대됐다. LG생활건강 보통주는 올 들어 9.8% 올랐지만 우선주는 7.9% 하락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도 보통주가 올해 16.8% 떨어지는 동안 우선주는 34.2% 하락했다. 괴리율은 작년 말 123.7%에서 현재 183.2%로 벌어졌다. 같은 기간 LG전자는 153.9%에서 172.1%로, CJ제일제당은 131.7%에서 143.3%로 괴리율이 커졌다.

이정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거 팔면서 수급 공백이 생긴 탓”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우선주를 가장 활발히 매매한 주체가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이 작고 거래량이 적은 탓에 국내 기관은 우선주 투자를 주저해왔다. 공매도 금지로 상대적으로 비싼 보통주를 팔고 저평가된 우선주를 사는 롱쇼트 차익거래가 사라진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배당수익률 등 투자 매력 커

전문가들 사이에선 괴리율이 크게 벌어진 지금 우선주를 사두면 좋다는 의견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오면 극심한 우선주 저평가 현상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가는 낮은데 배당금은 더 많아 배당수익률(배당금/주가)이 높은 점도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의결권이 필요 없는 일반 투자자라면 굳이 보통주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보통주는 주당 4000원, 우선주는 4100원 배당했다. 지난해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배당수익률은 보통주가 4.1%인 반면 우선주(현대차우)는 7.2%에 이른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배당 투자자에겐 현대차 보통주보다 우선주의 투자 매력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도 보통주 배당수익률이 현재 10.0%로 높지만 우선주인 대신증권우와 대신증권2우B는 각각 12.5%와 13.1%로 더 높다.

전문가들은 우선주에 투자하려면 보통주에 비해 배당수익률이 충분히 높은지, 회사 경영진이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펴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2016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우선주 괴리율이 10%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