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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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금융시장에 상수(常數)로 자리 잡은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다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증시와 환율 등 금융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 미중 갈등 잠시 '망각'…2000선 위로 올라온 증시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2000선 회복에 성공했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2029.78로 장을 마치면서 종가 기준 3월6일 이후 80여일 만에 2000선에 다시 진입했다.

대외적으로는 경제활동 재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먼저 미국에서는 이달 말부터 뉴욕과 뉴저지를 제외한 48개주에서 코로나19로 봉쇄됐던 경제·사회적 격리를 상당 부분 해제할 예정이다. 뉴욕과 뉴저지는 내달 초부터 단계적으로 봉쇄를 해제한다.

유럽 주요국들도 봉쇄를 완화하고 있다. 영국은 6월15일부터 백화점 등 비필수 업종 상점의 영업 재개를 허용하기로 했다. 스페인 정부는 수도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외출금지령을 해제하기로 했다. 유럽의 우한으로 불린 이탈리아는 이달 초 이미 봉쇄를 완화했다.

내부적인 요인도 크다. 한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성공적으로 해오고 있고, 차세대 주도주로 꼽히는 비대면(언택트)과 바이오 등의 산업을 잘 발전시켜오면서 증시에 힘을 보탰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불거졌지만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관세' 등의 요인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양국이 당장 경제성장률을 방어해야하는 상황에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카드는 당분간 꺼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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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안화 12년만 최고 수준에도 원·달러는 '하락'

원·달러 환율도 미중의 갈등의 흐름에서 한 발짝 비켜난 모습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9.9원 내린 1234.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3월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한 때 1300원 부근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등을 조치로 하향 안정된 이후 1200~124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전날 위안화는 1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전날 1달러당 중국 위안화 환율을 7.1293위안으로 올려 고시했다. 전날보다 0.12%(0..0084위안) 오른 것이다. 지난 25일에도 인민은행은 직전 거래일보다 0.38%(0.027위안) 올려 고시했다. 이는 2008년 2월27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위안화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원화는 중국과의 경제 연관성 때문에 위안화의 프록시(대리) 통화로 여겨진다. 위안화 가치가 내리면 원화 가치도 같이 하락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전날 원·달러 환율은 큰 폭 하락(원화 강세)했다. 경제 재개 기대감, 국내 증시 상승 등의 영향을 더 받아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주요국의 경제 재개가 잇따르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고,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도 강세를 보였다"라면서도 "하지만 미중 긴장이 여전히 고조돼 있다는 점은 원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2라운드 진입한 미중…반도체·금융·정치 '각축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불거졌다. 지난해에는 반도체로 시작해 '관세전쟁'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다양한 분야에서 날카로운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과 같이 반도체 분야에서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의 기술과 장비를 활용한 반도체 제조사가 미국의 허가 없이 중국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금융 분야에서도 양국은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중국 기업을 겨냥해 상장 규정을 강화했다. 미 상원에서 중국 기업의 미 증시 상장을 막을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됐다.

홍콩을 둘러싼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홍콩의 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의 시도에 불쾌감을 표명하는 동시에 홍콩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

이송렬/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