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최근 미국 뉴욕증시에서 마리화나 세계 1위 회사의 주식을 사들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크게 떨어진 틈을 타 저가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외신 등에 따르면 KIC는 올해 1분기 캐나다의 의료용 마리화나 생산업체인 오로라칸나비스 주식 26만540주를 매수했다. 지난해 매수분까지 합쳐서 이번 매수로 KIC가 보유한 오로라칸나비스 주식은 28만6928주로 증가했다. 오로라칸나비스는 지난 11일 유통주식 12주를 1주로 묶어 병합했다. 병합 후 기준으로 연초 주당 25달러 수준이던 오로라칸나비스의 주가가 2월 이후 10달러 안팎으로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KIC의 투자 규모는 300만~500만달러(약 37억~62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난 22일 종가는 16.01달러였다.

2006년 설립된 오로라칸나비스는 연간 약 62만㎏의 마리화나를 생산한다.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1위 마리화나 업체다. KIC의 이번 지분 확대는 연초 공급 과잉 우려로 마리화나 관련 종목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첫 거래일에 24.24달러로 시작한 이 회사의 주가는 2월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3월 18일 7.5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이후 횡보를 거듭하다 이달 13일엔 5.8달러까지 떨어지며 2018년 뉴욕증시 상장 이후 최저점을 찍었다. 하지만 최근 기관투자가들의 저가매수가 몰린 데다 미국의 마리화나 유통업체인 릴리바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국부펀드가 ‘죄악주’로 불리는 마리화나 주식을 산 배경을 놓고 투자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비재무적 관점의 투자 원칙으로 강조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KIC 측은 오로라칸나비스가 의료용 마리화나를 생산하는 헬스케어 종목으로 분류돼 책임투자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로라칸나비스는 KIC의 해외주식투자 벤치마크인 MSCI ACWI에도 포함돼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