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 미래에셋인사이트, 신한봉쥬르차이나. 추억의 펀드들이다. 2007~2008년 해외 펀드가 유행할 때 투자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하지만 투자자 상당수는 손실을 보고 빠져나왔다. 일부 전문가는 올 들어 거세지고 있는 해외 투자 열풍을 우려하고 있다. 시의적절한 정보와 제대로 된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칫 과거의 해외 펀드와 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00년대 중반 직장인 사이에서는 월급의 일부분을 떼 적립형 펀드에 가입하는 펀드 재테크가 인기를 끌었다. 특히 당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던 중국에 투자하는 차이나 펀드가 큰 인기를 끌었다. ‘취업하면 일단 미차솔(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에 가입하라’는 말이 직장인 사이에서 유행했다. 펀드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07년 말 당시 국내에 설정액 1조원을 넘는 펀드는 26개에 달했고, 이 가운데 12개가 해외 주식형 펀드였다. 당시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중국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은 24조1056억원에 달했다.

해외 펀드 투자 열풍의 정점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 펀드’였다. 이 펀드는 미래에셋 펀드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출시돼 판매 개시 후 보름 만에 설정액 4조원을 돌파했다. 인사이트 펀드는 투자 국가를 특정하지 않는 구조로 설계됐지만 실제 운용을 시작한 이후에는 80%가량을 중국에 쏟아부었다.

직장인들의 재산 증식 기대를 담은 펀드 열풍은 ‘리먼 사태’로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2008년 상하이지수가 65.06% 급락했다. 그해에만 국내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순자산 36조1410억원이 증발했다. 인사이트 펀드는 2008년에만 손실률이 50.81%에 달했다. 인사이트 펀드는 5년 뒤에 수익률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지만 이 기간을 견뎌낸 투자자는 극소수였다. 2007년 말 4조6780억원에 달했던 설정액은 26일 기준 2027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과거부터 이어져온 ‘묻지마식’ 해외 투자에 따른 대규모 손실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까운 사례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액자산가 사이에서 인기를 끈 베트남 펀드가 있다. 베트남 경제가 높은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베트남 펀드로 1조2122억원이 몰렸다. 그러나 베트남 펀드는 외국인의 지분 매입이 쉽지 않은 시장 구조와 지수 부진이 맞물리면서 지난 1년 동안 -11.14%, 2년 기준으로는 -13.54%의 손실이 발생한 상태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