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 CIO "부동산 시장도 4분기께 코로나 불똥"
“올 4분기께에는 국내외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부채 비율이 높은 탓에 위험한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김재동 군인공제회 부이사장(사진)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9조달러나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실제 경제적 충격이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출신인 김 부이사장은 2017년 군인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아 지난해 7.8%의 자산운용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우수한 성과를 냈다. 지난 3월 말 첫 임기를 마치고 연임에 성공했다.

김 부이사장은 현재의 시장 상황과 관련해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코스피지수가 35%가량 급락했다가 2000선 근처까지 회복했지만 시장의 본질은 여전히 어두운 상태”라며 “새로운 충격파가 언제든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우려의 근거로 그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0%대로 떨어질 정도로 금융시장이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았던 부동산 시장에도 올 4분기면 충격파가 닥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부이사장은 “임시로 임차료를 유예받고 있는 극장과 외식업체들의 사업 정리가 잇따를 수 있다”며 “대규모 공실이 발생하고 임대료가 하락하면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보수적인 투자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낮췄지만 마이너스 수준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명목상 0% 수준으로 내렸지만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을 감안하면 과거보다 실질금리 수준이 낮다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거품 붕괴가 우려되는 투자처로는 경영권인수 사모펀드(PEF)와 연관 투자 상품인 사모대출펀드(PDF), 부채담보증권(CLO) 같은 기업 사모투자 시장을 지목했다. 최근 몇 년간 전통 자산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대체투자가 각광받으면서 전 세계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PEF 투자를 늘려 관련 시장이 과열됐다는 이유에서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는 한국과 일본 우량기업을 꼽았다. 김 부이사장은 “미국 기업들은 부채를 과도하게 일으켜 배당을 하고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 관리를 해왔는데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기업들의 취약성이 커졌다”며 “반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소극적이었던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위기에 대처할 여지가 넓어졌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투자 유망 업종으로 그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과 물류 업종 외에도 환경 분야를 꼽았다. 김 부이사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기상이변 등으로 경제가 마비될 때의 상황도 유추할 수 있게 됐다”며 “투자할 때 기후변화에 대한 고려를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