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아진 비트코인 채굴…"최소 8억6000만원 필요"
개인 투자자가 가상자산(암호화폐) 채굴에 섣불리 도전했다가는 손해 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8억6000만원 이상의 비용을 투자해야만 '본전'을 건질 수 있어서다.

중국계 대형 마이닝풀(비트코인 채굴조합) 비티씨닷톱 장줘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채굴을 통해 효과적 수익을 보려면 적어도 1000대 이상의 채굴기가 필요하다. 이를 마련하려면 8억6000만원 정도 든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채굴을 위해선 최소한 이 정도를 투자해야 수지타산이 맞는다는 것. 특히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1kWh(킬로와트시)당 100원에 달하는 일반용 전기를 사용해야 해 중국보다도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비트코인 채굴로는 만성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지난 12일 비트코인 반감기를 맞아 가격상승 기대감으로 채굴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같은 이유로 인해 개인투자자가 채굴을 하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장줘얼 CEO는 지적했다.

국내에 가상자산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17년에도 채굴을 시도하는 개인투자자가 많았지만 대부분 비용 문제로 채굴을 포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보상 대비 소요 비용이 크다. 때문에 가상자산 채굴 작업은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채굴 전문기업에서 주로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반감기를 거치며 대다수 채굴 전문기업도 사정이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채굴에 투입하는 비용은 그대로인데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비트코인의 개수가 반으로 줄어들며 생산성이 대폭 하락한 영향이다.

캐나다 상장 채굴기업 헛8마이닝(HUT 8 Mining)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에 그쳤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발표하면서 "사업 일부를 접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하은 한경닷컴 인턴기자 saero2@hankyung.com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