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2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1분기에 반도체 실적 악화로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감소하며 최저치를 찍었다.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크게 줄어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상장사들의 1분기 매출은 소폭이지만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상장사 1분기 영업익 30% 급감…예고된 '실적 쇼크'
영업익 20조원 아래로 하락

19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9조477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8조3100억원에서 31.2%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3% 줄었고, 올해 한 번 더 급락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2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21조1368억원에서 11조336억원으로 47.8% 급감해 2012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한국 증시를 주도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빼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들 두 종목을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2조2296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0조7102억원)보다 40.9% 급감했다. 순이익은 14조9911억원에서 5조4996억원으로 63.3% 줄었다.

매출은 큰 변동이 없었다. 올 1분기 매출은 495조27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90조9851억원)에 비해 0.87% 늘었다. 이에 따라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5.77%에서 올 1분기 3.93%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이 3%대로 떨어진 건 2013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4.30%에서 2.23%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화학·운수업종 등 적자 전환

상장사 1분기 영업익 30% 급감…예고된 '실적 쇼크'
업종별로는 17개 업종 가운데 11개 업종의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화학 업종은 3조5028억원에서 -1조2751억원으로, 운수창고업은 6591억원에서 -176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 밖에 서비스업(-61.1%), 비금속광물(-49.2%), 기계(-42.0%), 철강금속(-40.7%), 유통업(-28.4%), 섬유의복(-24.6%), 의료정밀(-8.9%), 전기전자(-4.2%), 통신업(-1.9%) 등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반면 전기가스업은 저유가 등의 영향으로 252.32% 증가했고, 의약품(66.6%), 음식료품(45.8%), 종이목재(38.8%), 건설업(11.8%), 운수장비(0.6%) 등도 늘었다.

빚은 늘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13.0%에서 올 1분기 말 117.5%로 4.5%포인트 증가했다.

기업 기초체력 훼손 우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감안하면 선방한 실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 부진 효과가 컸던 지난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3.3% 하락했다. 올 1분기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산업 전체가 영향을 받았지만 감소폭이 이보다 작았다.

그러나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감한 상황에서 올해 재차 하락해 기업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다고 해도 이전과 같은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체가 활력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려 증시를 낙관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늘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향후 증시가 하락으로 방향을 잡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코스피지수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추세적으로 상승하기도 어렵다”며 “1900을 중심으로 ±100을 왔다갔다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양병훈/한경제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