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씨는 오늘 회사로 출근하지 않았다. 회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원한다면 언제까지든’ 재택근무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버스에 몸을 구겨 넣던 ‘출근지옥’에서 해방됐다. 회사는 사옥 확장을 검토하다 서버 확충으로 방향을 바꿨다. 경기 판교 사무실 대신 옆 방으로 출근했다. 컴퓨터를 켜 동료가 올려놓은 업무 자료를 클라우드에서 내려받는다. 오전 10시에는 태스크포스(TF) 팀원들과 화상회의를 한다. 회의가 끝난 뒤 앱으로 점심식사를 주문한다. 저녁 약속은 없다. 대신 리니지M에서 혈맹원들을 만난다. 게임을 하다 주말에 친구들과 캠핑을 가기로 한 게 생각났다. ‘불멍(장작불을 보며 멍때리기)’을 위한 장비를 책임지기로 한 것을 깜빡했다. 쿠팡으로 주문해 해결했다.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에서 ‘신은 나에게 직장을 주어야 했다’를 본다. 모니터 화면이 작게 느껴진다. 바꿀 때도 됐다는 생각이 들자 가격비교 사이트를 둘러본 뒤 네이버 쇼핑 최저가로 모니터 한 대를 ‘찜’했다.
증시 주류 교체…'포스트 코로나+IT뉴딜' 종목이 대세
코로나19가 바꾼 미래

코로나19가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IT(정보기술) 뉴딜’이 더해져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더 빨리 찾아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 12일 KRX IT소프트웨어지수는 2197.35로,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다.

매도 공세를 편 외국인 투자자도 이들 주식은 샀다. 이달에만 카카오(2053억원), 엔씨소프트(1250억원), NHN한국사이버결제(226억원), 더존비즈온(205억원), 펄어비스(189억원), 웹케시(179억원), NHN(160억원), 네오위즈(137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판이 바뀔 때 새로운 기업들이 주류로 등장했다”며 “시장에서 집단 지성이 선택한 IT 분야가 앞으로도 장기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사회 변화를 이끈 기업들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회사도 관심 대상이다. 삼성SDS, 더존비즈온은 민간 및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전환을 도와준다. 더존비즈온은 세무회계사무소를 위해 세무 회계 데이터를 분석·가공해주는 ‘위하고T’를 출시해 영역을 넓히고 있다. 웹케시는 B2B(기업 대 기업) 금융 핀테크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다. 기업 내부 시스템을 모든 금융회사와 연결해 담당자가 은행을 방문하지 않아도 편하게 금융 업무를 처리하고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도록 했다. 소기업의 경리 업무를 자동화해주는 ‘경리나라’도 주요 상품이다.

이렇게 방대한 데이터가 저장되고 각지로 흘러가려면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이 필수다.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제조업체 에치에프알SK텔레콤, 미국 버라이즌, AT&T에 5G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한다. 전체 매출 중 15%인 해외 비중은 앞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클라우드에 정보를 저장하는 회사가 늘어날수록 정보보안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침입방지시스템(IPS)과 차세대 방화벽을 개발하는 윈스는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정부 데이터 활용의지 분명”

코로나19의 가장 큰 혜택을 본 언택트(비대면) 관련주는 정부의 한국형 IT 뉴딜에 대한 기대로 또 한번 급등했다.

원격근무 원격의료 관련주인 알서포트, 유비케어 등은 증시가 저점을 찍었던 3월 19일 대비 각각 187%, 303% 올랐다. 원격의료의 기대감이 선반영됐다는 평가다. 다만 원격의료는 구체적인 방향성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오는 6월 초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봐야 수혜 분야를 정확히 알 수 있을 듯하다.

온라인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NHN한국사이버결제, KG모빌리언스 등 전자결제 관련주도 저점 대비 각각 128%, 195% 뛰었다. 콘텐츠부터 쇼핑, 업무에 이르기까지 카카오와 네이버는 모든 언택트의 ‘플랫폼’이 된다. 카카오 시가총액은 19조원대로 올라섰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결제망·교통망·통신망을 어떻게 수집해야 하는지 배웠고,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을 통해 5G 시대에 어떤 인프라가 필요한지 학습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투자 방향이 정해진 만큼 관련 종목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